[이슈크래커] 비트코인 시장을 흔든 '큰 손' 한국인...그가 비트코인을 산 이유는

입력 2022-04-0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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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블룸버그와 인터뷰하는 권도형 테라폼 랩스 최고경영자(CEO). (블룸버그 홈페이지 캡처)
▲미국 블룸버그와 인터뷰하는 권도형 테라폼 랩스 최고경영자(CEO). (블룸버그 홈페이지 캡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못지않은 가상화폐계의 큰 손이 한국에도 있다. 권도형 테라폼 랩스(Terraform Labs) CEO다. 블록체인 결제기업인 테라폼 랩스를 설립한 권도형 대표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2억3000만 달러(약 2802억 원)로 비트코인 5000개를 매입했다고 밝혔다.권 대표는 6일 트위터에 ‘오는 한 일’이라며 몇 가지 목록을 적었다. ‘식물에 물 주기’, ‘이메일 몇 통 쓰기’, ‘집 청소’, ‘맥도날드 먹기’와 같은 평범한 일상 속에 뜬금없이 ‘2만3000달러 상당의 비트코인 사기(Bought 230M in $BTC)’가 포함됐다. 비트코인 시장을 흔들만한 거래량이다.

수십억 달러치 비트코인 매입, ‘시세 차익’ 위한 것이 아니다?

▲권도형 CEO가 6일 트위터에 올린 게시물. (권도형 CEO 트위터 캡처)
▲권도형 CEO가 6일 트위터에 올린 게시물. (권도형 CEO 트위터 캡처)

권 대표의 비트코인 대량매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권 대표는 지난달 1억3500만 달러(약 1635억 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매입했다. 또 30억 달러(약 3조6345억 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추가 매수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29일 미국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들어 10억 달러 이상의 비트코인을 구매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권 대표가 엄청난 규모로 비트코인을 매입한 것이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이끈 요인 중 하나로 평가받기도 했다.

개인적인 시세 차익을 위해 수억 달러의 비트코인을 매입하는 것은 아니다. 권 대표는 테라의 싱가포르 기반 재단 ‘루나파운데이션가드’를 통해 비트코인을 매입했다. 테라가 만든 스테이블코인인 ‘테라USD(UST)’의 시세 방어를 위해서다. 권 대표가 설립한 테라는 권 대표와 소셜커머스 ‘티몬’을 창업한 신현성 대표가 함께 만든 블록체인 프로젝트다. 두 대표는 비교적 가격이 안정된 법정화폐와 비트코인의 장점을 결합한 스테이블코인에 성장성에 주목했다.

스테이블코인은 일반적인 코인과 달리 달러, 유로화 등 특정 자산에 가격을 연동해 변동성을 줄인 가상화폐다. 테라USD는 1개당 1달러로 가격이 고정돼있는데, 테라USD가 발행되는 만큼 달러화를 예치해두는 대신 비트코인을 예치한다. 가격은 달러에 묶여있지만 비트코인이 사실상 테라USD의 가치를 담보하는 셈이다. 즉 테라USD의 가치는 비트코인의 가치를 기반으로 유지된다고 볼 수 있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테라USD는 비트코인이나 달러가 아닌 루나(LUNA) 코인과 교환된다. 테라USD는 가치를 1달러에 고정하기 위한 알고리즘을 사용한다. 알고리즘은 테라USD의 가치가 1달러가 넘을 경우 새로운 테라USD를 발행하기 위해 루나 코인을 소각한다. 루나 코인 보유자는 자신이 가진 1달러 상당의 루나 코인을 소각하는 대신 1테라USD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 과정이 계속되면 루나 코인이 줄어들고, 테라USD가 늘며 테라USD의 가격이 1달러 수준에 가깝게 내려온다. 반대로 테라USD가 1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테라USD를 소각해 테라USD의 가치를 높여서 달러화 수준의 가치를 유지하도록 한다. ‘1테라USD=1달러’를 기준으로 테라USD, 루나 코인을 소각함으로써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달러·원·엔화’...법정통화 사라진 세상 꿈꾸는 가상화폐 추종자들

▲2020년 말부터 테라USD 가격 추이. 몇몇 시점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1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코인마켓캡 캡처)
▲2020년 말부터 테라USD 가격 추이. 몇몇 시점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1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코인마켓캡 캡처)

권 대표의 테라가 이처럼 복잡한 가상화폐를 만든 이유는 결국 스테이블코인을 법정통화의 대체재로 만들기 위해서다. 가상화폐가 법정화폐를 대신할 것이라는 믿음은 전 세계 모든 가상화폐 추종자들의 꿈이다.

현재 대부분의 법정통화는 정부가 관리한다. 미국의 달러, 한국의 원화, 일본의 엔화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여러 화폐는 정부가 발행하는 화폐다. 문제는 이러한 화폐가 각국의 통화정책으로 인해 가치가 변한다는 점이다. 가령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지며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자 각국은 다양한 방법으로 통화를 찍어내며 경제 살리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통화 가치가 하락하며 미국 등이 인플레이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의 통화정책으로 화폐 가치가 희석되며 발생한 일이다.

스테이블코인 추종자들은 이처럼 통화 정책에 의한 화폐 가치 변동이라는 약점을 지닌 법정화폐를 가상화폐가 대신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정부가 무한대로 찍어낼 수 있는 화폐와 달리, 비트코인은 탈중앙 금융 자산이며 발행량이 2100만 개로 제한돼 희소성을 갖기 때문이다. 이 논리는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이라는 주장의 바탕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 가상화폐가 법정화폐를 대신할 수 있는지는 아직 미지수다. 여전히 가상화폐를 믿지 않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가상화폐를 불신하는 사람들은 가상화폐의 높은 변동성을 지적한다.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만든 가상화폐가 더 큰 변동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지난해 11월 6만7000달러(약 8170만 원)까지 가격이 치솟았으나 현재 4만3000달러(약 5243만 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반년도 채 되지 않아 3분의 1의 가치가 증발한 것이다. 권 대표의 테라USD가 가상화폐의 변동성이라는 약점을 극복하고 법정통화의 대체재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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