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하던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 기류를 나타내면서 정유·석유주들이 꿈틀대고 있다.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원유 전면 금지 움직임에 공급 부족현상이 이어지면서 관련 주들에 대한 수혜 기대감이 몰리고 있다.
3일 오후 2시 35분 기준 S-Oil은 전날 대비 0.47%(500원) 오른 10만6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S-Oil은 지난 3월 중순 8만2000원대를 기록한 후 약 32%가량 오른 상태다.
유가 상승과 정제마진 회복에 힘입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27% 오르는 등 호실적을 기록했다. 2분기에도 운송용 수요 회복에 따른 휘발유 및 항공유 마진 상승으로 견조한 실적이 예상된다는 평가다.
같은 시간 SK이노베이션은 전날 대비 0.25%(500원) 오른 20만4000원에 거래 중이다. ‘정유 서프라이즈’에 힘입어 1분기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55% 상회한 데 이어 2분기에도 정제마진 강세의 수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대표 석유주 꼽히는 한국석유(2.80%)도 동반 강세다. 한국석유는 최근 5거래일간 급등락이 이어지면서 지난달 26일 이후 26% 가량 오른 상태다.
최근 정유·석유주들의 강세는 완화되던 국제 유가가 반등하면서 정제마진 등 수혜가 지속될 거란 기대감에서 비롯됐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 6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105.17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3월 120달러 대로 고점을 찍은 후 지난달 100달러선을 하회하면서 완화되는 듯 했으나 최근 들어 재차 상승하는 모양새다. 천연가스 선물 가격도 100만BTU(열량단위)당 7.6달러 대를 기록, 올해 초 대비 2배 이상 오른 상태다.
이는 공언은 했지만 실제 행동은 잠잠했던 EU가 러시아산 원유의 전면 수입금지에 본격 나서려는 움직임이 나타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외신에 따르면 EU는 이날 에너지 장관회의를 통해 올해 말까지 러시아산 원유와 정제품 수입 금하는 대러 6차 제재 제안을 낼 전망이다. 그동안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가 높아 수입 금지를 반대했던 독일이 단계적 금지를 촉구하는 등 적극적인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그간 대러 제재안의 효과가 낮다는 분석에 이어 우크라이나 침공 후 지지부진한 러시아가 곧 공식 전쟁을 선포, 예비군을 총동원할 거란 예상이 나오면서 강경한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EU의 금수조치로 국제 유가는 강세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라며 “러-우크라이나 전쟁이 종료되지 않는 한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이 당분간 유가 상승기조를 뒷받침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 중단이 유럽 전역으로 확대 될 경우 에너지 시장은 큰 공급 대란이 나타날 가능성이 점쳐진다. EU는 가스의 90%, 석유제품의 97%를 수입 중인데, 이 중 가스의 40%, 원유 25%가 러시아산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원유는 러시아의 수출 물량 하루 470만 배럴 중 약 절반가량이 EU에 수출되고 있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 중단이 유럽 전역으로 확대된다면 유럽 에너지 시장의 혼란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유럽 국가, 환경 등 이유로 생산 멈춘 유전 및 석탄 광산, 원전 재가동 고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