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한은 고위 관계자는 “단순한 고용의 숫자뿐만 아니라 고용의 질적 측면을 살펴보기 위한 다양한 연구·조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다만 고용의 질을 판단하는 데는 주관적인 요소가 포함될 수 있는 등 고려할 부분이 많아 제대로 된 지표 등을 만들기에는 시간이 적지 않게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발표한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총 2775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83만1000명 늘었다. 2002년 3월(86만4000명) 이후 20년 만에 가장 많이 증가했다. 지난해 3월 이후 13개월 연속 증가세다.
표면적인 취업자 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질적인 측면이 개선됐는지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고용의 질적 측면을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은이 공개한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현재의 고용상황은 양적으로는 양호한 흐름”이라면서도 “다만 세부적으로 보면 큰 폭으로 증가한 상용직 취업자 수의 상당 부분이 업황 부진을 겪고 있는 자영업에서 전환된 일자리일 수 있다. 과연 고용이 질적으로 나아지고 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당시 관련 부서는 “위원이 언급한 고용의 질적 측면에 대해서도 면밀히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이처럼 고용의 질 측면이 중요하게 언급되는 건 단순히 숫자만 봐서는 통계의 함정에 빠져, 실효성 있는 정책을 제대로 수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은의 통화정책방향 결정을 위한 고용 참고 지표가 잘못된 판단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취업자 수가 줄곧 늘어난 것과 달리 2017년 이후부터 최근까지 우리나라 고용 상황이 질적으로는 훨씬 열악해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성신여대 박기성 교수팀에게 의뢰한 ‘전일제 환산 취업자로 본 고용 변화’ 연구 결과에 따르면 증가 추세를 보였던 통계청 취업자 수와 달리 전일제 환산 취업자 수는 2018년부터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전일제 환산 취업자는 2651만2000명으로, 2017년에 비해 7.3%(209만2000명) 급감했다. 이는 통계청이 발표한 취업자 수가 같은 기간 2.1%(54만8000명) 증가한 것과 상반된 결과다.
전일제 환산 방식(FTE)은 한 주에 40시간 일한 사람을 취업자 1명으로 산정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주 20시간 일한 사람은 0.5명으로 집계된다. 일주일에 1시간만 일해도 취업자를 1명으로 계산하는 일반 고용률의 한계를 보완했다.
박기성 교수는 “취업자의 머릿수는 늘었지만 일하는 시간의 총량은 줄었다는 의미”라면서 “고용상황이 외형적으로는 나아졌으나 질적으로는 후퇴하면서 ‘통계 거품’이 커진 것으로, 취업자 증가가 주로 정부의 단시간 공공 일자리 정책에 의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은 역시 최근 취업자 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수준에 이르는 등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경제활동참가율(경활률)의 경우 아직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상당폭 밑돌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올 초 발표하는 등 다각도로 고용상황 변화를 연구·조사하고 있다.
고용의 질적 분석은 반대의 경우에도 유용할 전망이다. 인구가 줄면 취업자는 줄게 마련인데, 취업자 수가 줄어드는 양적 통계만 보고 고용상황을 오판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