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다세대·연립주택) 전성시대다. 매매 시장에서 빌라 거래가 수개월 연속 아파트를 추월했을 뿐만 아니라 1분기 임대차 거래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가중되는 금융 부담에 저렴한 빌라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모양새다.
10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빌라 거래량은 382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달 3122건 대비 약 18% 늘어난 수치다. 빌라 거래량은 최근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5월(6019건) 이후 올해 2월(2431건)까지 감소세를 보이다 3월 3122건으로 상승 반전, 4월엔 격차를 더 벌렸다.
전체 주택 거래 중 빌라가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기준 서울 주택 매매 6120건 중 빌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3808건으로, 62.2%에 달했다. 이 수치는 지난해 연간 기준 51.1%였지만, 올해 들어 1월 63.4%, 2월 60.2%, 3월 64.8%, 4월 62.2% 등 60%대를 웃돌고 있다.
통상적으로 부동산 시장에서 빌라는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품적 가치가 떨어져 수요가 적었다. 다만 지난해부터 아파트값이 폭등하고, 금리 인상 및 대출 규제 등 금융 부담이 커지면서 수요자들이 저렴한 빌라로 발길을 옮기는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연립주택 평균 매매가는 3억4780만 원으로 나타났다. 평균 아파트값 12억7818만 원 대비 3분의 1 수준인 셈이다.
매매뿐만 아니라 전·월세 거래량도 올해 1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새 임대차법 시행 2주년을 코앞에 두고 집주인들이 4년 치 전셋값을 한 번에 올려받으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비교적 보증금이 저렴한 빌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경제만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빌라 전·월세 거래량은 3만167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1분기 기준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지역별로는 송파구가 4663건으로 가장 많았다. 송파구에 이어 △강서구 2539건 △광진구 1881건 △강남구 1867건 △마포구 1846건 △은평구 1803건 △강동구 1798건 △서초구 1704건 순이었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빌라는 아파트의 대체재이기 때문에 아파트 전셋값이 상승 여파로 빌라 임대차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며 “빌라에서도 전세의 월세화와 함께 가격 상승으로 외곽으로 밀려나는 세입자들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