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 태부족
최근 세계 각지에서 2035년을 무공해차 전환의 원년으로 지목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의회는 8일 하이브리드차를 포함한 내연기관차의 신차 판매를 2035년부터 금지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유럽의 친환경차 정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도 새 정부의 국정과제를 통해 같은 해 ‘무공해차 전환’을 실현하겠다고 명시했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과 함께 발표한 국정과제에서 친환경차를 언급하며 2035년까지 ‘무공해차 전환’을 내걸었다. 지난해 우리나라 친환경차 수출 중 대(對)EU 비중이 41.2%에 달하는 만큼, 유럽의 친환경차 기조에 발맞춰 국내 무공해차 전환 정책을 설계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이러한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자동차 공학계에서는 전기차 폐배터리 문제, 친환경 에너지 생산, 충전 인프라 등의 조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무공해차로 전환하는 것은 친환경적이지도 않으며 달성하기도 어렵다고 주장한다.
우선 EU와의 친환경차 관련 인프라 수준이 크게 차이 난다. EU는 지난해 역 내 친환경차 비중이 30.7%로, 우리나라의 17.4%의 약 2배다. 전기차 충전은 물론 폐배터리 관리 문제 등에서 EU보다 경험·역량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친환경차 확대에서 앞서간 유럽과 같은 시점인 2035년을 친환경차 전환 목표로 삼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족한 인프라가 단기간 갖춰지기도 어렵다. 전기차 생애 주기에서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친환경 에너지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는 풍력, 태양광 발전 등 친환경 에너지원을 얻기 어려운 환경이다. 이로 인해 전력을 얻는 과정에서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게 되므로 우리나라에서는 전기차의 탄소배출이 하이브리드보다 많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배터리 원자재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도 문제다. 이를 고려하면 전기차로 전환하는 것만이 ‘친환경’이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심지어 친환경차 정책에 속도를 붙인 유럽에서도 완성차 업계가 급격한 친환경차 전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EU 탄소감축 입법안’에 대한 유럽 자동차 업계의 우려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독일 자동차 산업 협회장 힐데가르드 뮐러는 “유럽이 전기차로 완전히 전환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며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전기차 전환으로 오히려 일자리가 감소할 우려도 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필요한 부품 수가 30%가량 적다. 이는 곧 완성차 업체와 부품사에서 필요한 노동력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지난해 심포지엄에서 2030년 전기차 비중이 33%로 높아지면 부품 기업의 10%가 사라지고 3만5000여 명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정부의 2035년 무공해차 전환을 위해서는 단순히 전기차 보급을 늘리는 것보다 관련 인프라 구축 선행이 필수적인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