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공간과 관련된 연구 분야 중 제일 관심이 있고 좋아하는 것 중의 하나가 환경과 인간 행동 간의 쌍방향 관계를 연구하는 환경심리학(Environmental Psychology)입니다. 이 분야는 도시설계에서 다루는 물리적 환경과 인간 행동 간의 관계를 이론화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도시환경 요소인 소음, 기온, 바람, 재해, 영역, 밀도, 밀집, 빛, 색, 기후, 온도 및 스트레스 등이 인간에게 심리적 또는 신체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좀 더 과학적인 방법을 활용하여 오랫동안 연구하여 이론으로 정립하였습니다. 물론 도시설계는 환경과 인간 행동 간의 상호 관련에 대한 이론연구는 다소 뒤지고 있지만, 그와 반대로 도시공간을 설계하고 조성할 수 있는 실천력을 가지고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오래전에 존 그레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2006)를 읽고 내 머리에서는 전혀 이해되지 않았던 갈등의 원인이 본질적인 차이점을 인지하지 못한 데에서 온 것이고, 이것을 이해한다면 상대방의 행동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처럼, 도시공간을 구성하는 환경과 인간 행동에 대한 이론을 잘 이해한다면 좀 더 좋은 도시를 만들 수 있기에 환경과 인간 행동 간의 관계를 설명하는 중요한 몇 가지 이론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첫째는 각성이론(Arousal Approach)으로 환경 자극에 노출되었을 때 생기는 효과 중 한 가지로 심장 박동, 호흡 맥박, 아드레날린 분비의 증가 등을 설명하는데 온도, 과밀, 소음과 같은 환경 요소가 사람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할 때 매우 유용합니다. 인간이 복잡한 도시환경에서 공원 또는 물과 같은 자연 요소들을 마주하면 호흡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차분해지는데, 도시에 자연환경 요소를 도입하려는 부단한 노력에 대한 당위성을 마련해 줍니다.
둘째는 환경부하이론(Environmental Load Approach)으로 많은 유형의 환경 자극에 사람이 노출되었을 때 그것에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자연스럽게 다른 자극에 대한 주의 집중이 소홀해진다고 합니다. 복잡한 도시에서는 너무 많은 자극이 있어서 복잡한 곳에서는 운전자들에게 부하가 많이 주어져 주변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스쿨존 및 노인존 등 보행자의 안전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 곳에서는 차량 속도를 줄여 운전자의 부하를 낮추어야 할 필요성, 그리고 복잡한 간판을 정보만 제공하는 것으로 단순화시키려는 노력들을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셋째는 과소자극이론(Understimul-ation Approach)으로 자극이 지나치게 적으면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 및 감정을 일으킨다는 것입니다. 도시 병폐 중의 하나인 청소년 범죄, 훼손행위(Vandalism) 및 도시낙서(Graffiti) 등이 발생되는 원인을 설명할 때 사용됩니다.
넷째는 순응수준이론(Adaption Level Theory)으로 자극이 너무 많거나 적어도 바람직하지 못하므로 환경 자극에는 최적 수준이 있다는 것인데, 이것은 개인 및 시간차 등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비행장 주변 거주자들이 소음이 적은 곳에 사는 다른 거주자들과 비교해서 비행기 소음에 덜 민감하다는 사실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다섯째는 행동제약이론(Behavioral Constraint Approach)으로 환경에 있는 그 무엇인가가 우리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제한하거나 방해하는 것을 제약(Constraint)이라고 하는데, 사람들을 이로부터 해방되어 통제력을 찾으려 노력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으면 무기력 상태에 이르게 된다는 것입니다. 종종 빈집에 쓰레기를 가득 쌓아놓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행동이나 우울증 등을 설명할 때 유용합니다.
여섯째는 환경스트레스이론(Environmental Stress Approach)으로 스트레스는 자극과 반응의 총체적 관계를 말하며 스트레스원(Stressor)이란 환경요소 그 자체를 말하는 것으로, 도시의 밀집과 소음 같은 환경요소들이 사람들의 웰빙을 위협하는 자극으로 간주되는 스트레스원이 된다는 것입니다. 도시에 산다는 것 자체가 다양한 스트레스원에 노출되고 둘러싸여 산다는 것으로 도시인은 이를 잘 극복하고자 하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고 그렇지 못하면 다양한 질병에 노출될 수 있어 도시를 설계하는 데 매우 중요한 이론입니다.
일곱째는 바커의 생태심리학(Barker’s Ecological Psychology)으로 사람들은 주어진 환경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반복되는 활동 패턴을 보이는데 특정 행동 컨텍스트에서 사람이 생활하면 이 컨텍스트를 관리하는 코드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입니다. 요즘 스타벅스 커피숍에서 2층 및 3층은 공부하는 곳이 되어버려 이야기를 나누려면 저층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도시공간을 구성하는 환경과 인간행동 간의 상호관계에 대한 이론들을 잘 이해한다면 도시공간을 잘 사용할 수 있고 좀 더 좋은 도시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