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협력업체인 혜동건설의 부도와 관련해 엠코가 피해 업체들을 선별적으로 구제할 방침을 확정하자, 보상에서 제외된 자재 납품업체들의 반발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지난 1월 최종 부도처리된 혜동건설은 시공능력평가액 440억원으로 전국 1만여개 건설업체 가운데 357위를 차지하는 중견 건설사다. 주로 울산지역의 대표 회사라 할 수 있는 엠코와 관련한 공사를 맡아왔다.
최근에는 충남 당진제철소 건설사업과 울산 북구 신천동 엠코타운(741가구), 북구 연암동 모듈화산업단지, 북구청 종합복지관 등 공사에 참여한 전형적인 엠코 협력업체다.
혜동건설은 모듈화산업단지 공사와 관련 지역 내 하도급 업체들에게 500억원대에 이르는 어음을 발행했지만 결국 도산해 울산, 경남 지역 중소형 건설사 100 여곳이 동반 부도 위기에 내몰린 것이다.
이에 울산지역 중소건설사와 자재납품업체들은 엠코에 피해보상을 요구하면서 두달째 시위에 나선 상태다.
엠코는 혜동건설 부도 이후 지역 여론에 떠밀려 피해 업체 보상을 결정하고 울산시 북구에서 진행 중인 모듈화산업단지 공사와 관련한 하청업체에 대한 보상을 대부분 마무리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자재 납품업체들은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엠코 본사의 보상 거부 움직임에 따른 것이다. 엠코 관계자에 따르면 현장 관계자들이 2차례 이상 자재 납품업체들에 대한 부분 보상을 본사에 건의했으나, 본사에서는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도산 위기에 내 몰린 자재납품업체들은 조직화를 통한 실력행사에 나서고 있는 상태다.
자재납품업체들은 지난 6일부터 울산시청과 모듈화단지 엠코 현장 사무실 앞에서 1인 시위를 가지고 엠코측의 차별 보상에 항의하고 있다.
한 자재 납품업체 관계자는 "오는 3월 초 만기가 되는 혜동건설의 어음을 엠코에서 결재해 주지 않아 파산 위기에 놓였다"며 "자재 납품업체 대부분이 엠코측의 보상 없이는 부도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존권 차원에서 실력행사에 나섰다"고 말했다.
또 다른 납품업체 관계자는 "자재납품 대상이 혜동이었다고 해도 결국 이 공사는 엠코를 위해 진행된 것인데도 엠코가 이를 몰라라하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혜동 사태에 대해 울산 지역 피해 건설업체들을 돕고 있는 울산건설기계지부는 관계자 10여명이 지난 6일 북구 연암동 모듈화산업단지와 북구 신천동 엠코타운 아파트 공사현장을 잇따라 방문해 공사 관계자들과 면담을 가졌다.
이날 현장을 방문한 울산건설기계지부는 혜동건설 부도와 관련해 일자리를 잃은 협력업체 직원들이 새로 선정된 토목공사 업체에 고용 승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요청했다. 이에 대해 모듈화산업단지 관계자는 토목공사로 선정된 업체 관계자와 만나 고용승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고용승계에 대해서도 지역 여론은 냉랭하다. 이에 대해 지역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엠코가 사실상 자신들로 인해 발생한 고용승계 문제를 또다시 다른 하청업체에게 떠넘기려하고 있다"며 "훗날 이에 따른 문제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엠코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