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 유틸렉스가 700억 원대에 달하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진행 중인 가운데 최대주주의 자녀들이 예정에 없던 신주를 인수키로 해 지분 희석 최소화에 나선다. 다만 최초 보유 지분이 적어 희석 방어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유틸렉스는 최근 703억5000만 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있다. 예정 발행가액보다 1차 발행가액이 낮아져 증자 규모는 종전 966억 원에서 현 수준으로 줄었다.
증자로 발행되는 신주는 700만 주다. 현재 총 발행주식 수의 42.5%에 해당하는 규모다. 유틸렉스는 시가 대비 20%의 할인율을 적용해 청약 유인을 제고할 방침이다. 최종 발행가는 6월 27일 확정된다. 1만 원대가 무너진 현 주가 수준을 고려하면 최종 자금 조달 규모도 지금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증자 규모가 큰 만큼 최대주주의 주가 희석이 불가피하다. 오너인 권병세 대표는 이를 최소화하고자 신주 배정분 가운데 30% 청약을 계획하고 있다. 예정 발행가를 고려하면 청약에만 34억 원가량이 필요하다. 권 대표는 청약 자금 마련을 위해 14일 갖고 있던 주식 중 45만 주(2.7%)를 NH투자증권에 장외매도해 47억 원을 확보했다. 권 대표 외에 특수관계인인 부인 한명희 씨 역시 15만 주(0.9%)를 장외매도했다. 아울러 각각 배정받은 신주인수권 중 30%씩을 주당 420원씩 받고 장외에서 팔았다. 이를 통해 마련한 자금이 각각 3억여 원, 1억여 원이다.
권 대표 부부가 예정대로 청약을 준비를 하고 있음에도 최대주주 일가 지분은 종전보다 크게 낮아진다. 권 대표의 경우 종전 16.8%에서 유상증자 후 11.3%로, 한 씨는 7.1%에서 5.0%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지난해 발행한 225억 원 규모의 전환우선주와 2020년 발행한 전환사채(CB)의 미상환사채가 188억 원에 달한다. 이들 모두가 보통주로 전환될 경우 권 대표와 한 씨 지분은 10.4%, 4.6%로 더 낮아진다.
이런 가운데 최초 증자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권 대표의 아들 권형중ㆍ유중ㆍ명중 세 사람 중 일부가 청약에 나선다. 막내인 명중 씨가 배정받은 신주인수권 20만5281주 전량을, 첫째 형중 씨는 절반가량인 9만5247주만 받고 나머지 11만34주는 부모와 마찬가지로 420원에 장외매도했다.
특이한 것은 둘째인 유중 씨가 신주인수권을 전량 매도한 점이다. 현재 3형제의 유틸렉스 지분은 3%로 동일하지만 경영수업을 받는 것은 명중 씨가 유일하다. 작년까지도 유틸렉스의 경영기획실장을 맡았던 권명중 전무는 올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권 부사장은 계열사 판틸로고스의 대표를 겸직하고 있기도 하다. 다른 형제들보다 차기 경영권과 가까워 보이는 상황에서 오히려 신주인수권을 매도함에 따라 지분 경쟁에서는 뒤처지게 됐다.
한편 유틸렉스는 이번 증자 대금으로 GMP 시설 구축과 파이프라인 임상개발비로 사용한다. 100억 원을 들여 일산테크노밸리에 약 1000평 규모로 부지를 매입하고 GMP 공장을 2023년까지 건설할 예정이다. 나머지 600억여 원은 2023년까지 연구개발과 임상에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