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처럼 금융사도 국민의 자존심을 높여줄 수 있는 기업이 나와줬으면 하죠. 외국 경쟁사들이 하는데 우리 (금융사)는 못하는 게 있다면 그 이유가 뭔지 질문을 던지겠습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내정자가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자 금융계는 반색했지만, 재계는 미지근한 반응이다. 김 내정자는 낡은 규제로 ‘금산분리’를 콕 찍었다. 금산분리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를 목적으로 산업자본이 은행 주식 4%(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구 10%)를 초과해 보호할 수 없도록 한 제도다. 제도에 따르면 은행도 비금융사의 지분을 15% 이상 가질 수 없다.
이는 은행의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 해당 은행으로부터 자본을 쉽게 끌어다 쓸 ‘기업의 사금고화’를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정보기술이 발전하면서 검색 플랫폼이던 네이버가 페이로 결제 사업까지 하는 등 금융과 비금융의 구분이 흐려지는 ‘빅블러’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시중은행들은 빅테크가 자신들과 비슷한 기능을 수행함에도 그에 준하는 규제는 받지 않고 있다며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주장해왔다. 빅테크와 달리 은행은 금산분리가 발목을 잡고 있어 혁신 사업에 투자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은행들이 다른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금융위원회의 금융규제 샌드박스 특례를 받고 있다. 금융위는 혁신성 있는 사업을 위주로 금산분리와 같은 규제를 유예해주는데, 기간은 최대 4년(2+2년)이다. 대표적인 예는 KB국민은행의 리브엠(알뜰폰 사업)과 신한은행의 땡겨요(배달앱 사업)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산분리가 완화되면) 은행은 샌드박스에서 허가를 받지 않고도 다양한 사업을 시도할 수 있다”며 “비금융 서비스를 확대해 금융그룹이 발전하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재계의 반응은 다르다. 법 개정으로 금융지주 지분을 소유할 수 있게 돼도 실제로 취득하는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뜻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금융 쪽 지분이 필요하다면 인터넷전문은행이나 빅테크 쪽 주식을 사들일 것”이라며 “은행은 규제 사업이고 사실상 관치 사업인데 기업이 굳이 들어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은행은 정부 입김에 따라 비즈니스의 방향이 달라지는 경향이 강해 사업 안정성을 중시하는 기업엔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과거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이 은행의 배당성향 가이드라인을 주면서 관치 논란이 일었다. 당시 은 전 장관은 코로나19를 함께 대응해야 한다며 국내 은행의 배당성향을 20% 이내로 낮추라고 권고한 바 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 역시 “(금융 지분을) 4%로 제한하는 건 우리나라가 과도한 편”이라면서도 “우리가 알 만한 대기업들은 (금융지주 지분 취득에) 관심이 없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