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대학 재정난 해소를 위해 등록금 규제를 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23일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대학 총장 세미나에 참석해 “등록금 규제는 법적으로는 인상이 가능하도록 명문화돼 있지만 국가장학금 Ⅱ유형과 연계돼 간접적 방식으로 규제됐다”며 “(관련)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교육당국과 재정당국이)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사실상 그간 정부가 간접적으로 규제해온 대학 등록금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다만) 물가 상승기에 규제를 푸는 시점을 언제 할 것인가, 학생과 학부모가 가질 부담을 어떻게 덜어드려야 하는가를 함께 고민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당장 규제만 풀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그는 “(등록금 규제와 관련해) 1~2년을 끌 것은 아니고 조만간에 결론을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차관은 “정부의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투자 금액은 초중등에 비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면서 “고등교육재정 지원 규모가 작고 확대해야 한다는데 정부 내에서 충분한 공감대가 있다”며 “제도적으로 모든 대안을 놓고 검토 중이다. 재정당국과 내년도 예산을 놓고 협의 중인데 고등교육 재정 확보 방안이 구체화 되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2011년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투쟁 이후 14년째 국가장학금 등 규제를 통해 사실상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을 막고 있다. 등록금을 인상하면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통한 국고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돼 있다.
앞서 기조강연에 나선 황홍규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도 등록금을 법정 상한선까지 인상할 수 있게 규제를 풀자는 주장을 재차 했다. 황 교수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과학기술교육분과 전문위원 출신이며, 대교협 전 사무총장을 지낸 인물이다.
황 교수는 발표 자료를 통해 국가장학금 Ⅱ유형 사업 참여 조건으로 걸려 있는 등록금 동결·인하, 교내장학금 유지·확충 조건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상 직전 3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를 넘지 않도록 정해져 있는 법정 상한율(올해 1.65% 이하)까지는 등록금을 올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고등교육법과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을 준수하는 한, 대학 자치의 원칙에 따라 구성원이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교육부와 대교협의 대학정보공시를 보면 올해 일반대 194개교의 96.9%인 188개교가 등록금을 동결 또는 인하했다. 인상 대학은 경주대 등 6개교에 그쳤다.
다만 평균 등록금은 올해 평균 676만3100원으로 여전히 학생들과 가계 경제에 부담이라는 지적도 있어 등록금 규제 완화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황 교수는 대학에 대한 장기적 재정 투자가 보장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황 교수는 “대학 지원을 위한 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재정과 고등교육세 신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반도체 인재양성’과 관련해서도 황 교수는 대학들이 탄력적인 교육체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학생을 대상으로 ‘산업 수요 선택 전공’을 개설할 경우 전임 교원 확보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다른 직업교육훈련기관에 위탁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면서 “졸업자에게 학점·전공 단위 편입학 기회를 제공하고 출신학교는 물론 다른 대학으로의 편입학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홍원화 대교협 회장은 정부가 제시한 고등교육 정책은 과제별로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지 않아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수립될 수 있도록 중지를 모아야 할 때"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