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부동산 경기에 찬바람이 불면서 증권사들의 부동산 금융 건전성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증권사들의 프로젝트파이낸스(PF) 익스포져(위험노출) 규모가 늘면서 과거 저축은행 사태 때와 같이 PF 부실화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신용평가사들은 하반기 들어 증권사들의 실적이 약화될 경우를 대비, 위험관리를 위한 모니터링에 나서고 있다.
27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국내 28개 증권사들의 1분기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익스포져 비율은 39.8%로, 지난해 4분기(38.3%) 대비 1.5%포인트 증가했다. 증권사들의 체력에 비해 부동산 PF가 위험에 노출된 수준이 높아진 것이다.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익스포져 비율은 지난해 1분기부터 매분기 증가하고 있다. 2020년 4분기 36.7%에서 2021년 1분기 33.5%로 떨어졌으나, 이후 2분기(34.5%), 3분기(36.1%), 4분기(38.3%) 연속으로 늘었다.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익스포져 규모는 늘었으나 자기자본 규모는 줄어든 탓이다. 올해 1분기 부동산 PF 익스포져 규모는 27조6437억 원으로 지난해 4분기(27조3401억 원) 대비 3036억 원(1.1%) 증가했다. 반면 자기자본 규모는 올 1분기 69조3897억 원으로 지난해 4분기(71조2538억 원) 대비 1조8641(2.6%) 감소했다.
특히 ‘추세 역전’ 현상은 지난해 1분기 이후 처음이다. 부동산 PF 익스포져 규모는 2021년 1분기 21조3551억 원, 2분기 23조3323억 원, 3분기 25조1716억 원, 4분기 27조3401억 원, 올해 1분기 27조6437억 원으로 매분기 늘었다. 반면 자기자본은 2020년 3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71조2538억 원)까지 계속 늘었으나 올해 1분기 69조3897억 원으로 감소했다.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와 더불어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들의 실적 상승세가 꺾이기 시작하면서 자본 대비 PF 부담이 과중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직 증권사 전체로 보면 부실성이 크게 발견되진 않은 상황이다. 부실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인 ‘자기자본 대비 요주의이하자산’ 비율은 지난해 2분기 4.61%, 3분기 4.68%, 4분기 4.55%, 올해 1분기 4.55%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 중이다.
다만 증권사별로는 엇갈린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26개 증권사 중 자기자본 대비 요주의이하자산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신한금융투자(9.79%)로 집계됐다. 신한금투는 요주의이하자산이 4792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메리츠증권은 해당 비율(6.93%)과 요주의이하자산(3402억 원) 규모 모두 두번째로 많았다.
1년 사이 해당 비율이 증가한 곳은 두 곳으로 파악됐다. 현대차증권은 2021년 말에는 요주의이하자산이 없었으나 지난해 말 470억 원을 기록하면서 0%에서 4.20%로 확대됐다. 키움증권도 지난해 말 요주의이하자산이 72억 원 발생하면서 0%에서 0.19%로 늘었다.
업계에서는 최근 거래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경기가 악화될 경우 유동성 리스크가 발생, 부동산 금융 부실화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재우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아무래도 건설 쪽 분위기가 안좋다 보니 PF익스포저 건전성 저하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아직까지 부실이 현실화 된 부분 이 발견되진 않았으나 문제가 될 리스크가 크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험관리에 집중하고 있는 신용평가사들은 부동산 PF 익스포져 규모가 커진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부실성 여부를 점검 중이다.
한 신평사 연구원은 “경기가 불확실하고 금리가 너무 빨리 오르면서 사업초기 우발부채가 늘어난 증권사들을 위주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