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일리노이주 법원은 2008년 C 씨의 7살 닥스훈트를 물어 다치게 한 시베리안 허스키의 주인이 분양비 200달러(한화 약 25만 원)를 단순히 주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5000달러(한화 약 642만 원)에 달하는 막대한 치료비와 이에 따른 정신적 피해를 폭넓게 포함해 손해배상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고 볼 때 미국과 같은 판례가 나올 수 있다. 반려동물이 다른 반려동물에 의해 상처를 입거나 차에 치였을 때 물건이 '부서진' 것이 아니라 '다친 것'으로 보기 때문에 배상액이 올라가는 것이다.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요구할 수도 있게 된다. 동물학대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각각의 동물이 손괴된 물건이 아니라 피해자로 여겨지기 때문에 형량이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법이 바뀌면 사법부 판단도 달라지고, 이는 동물의 권리나 사회가 동물을 대하는 태도 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그러나 동물을 물건으로 보지 않는 민법에 대한 개정안은 1년째 국회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그사이 또 다른 반려동물이 다치거나 죽고도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법의 변화가 느리다면 명시적으로 보이는 동물학대 자체에 대한 엄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판결로써 우리 사회가 동물학대에 안일하게 대처하면 안 됨을 보여주고, 구성원이 동물 보호에 앞장서게 돼 거꾸로 입법부에 압력을 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동물을 생명체로 보고 보호하는 것은 동물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사람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김진우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동물학대가 문제가 되는 것은 사람에게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어서라고 설명한다.
김 변호사는 "사건을 다루다보면 작은 범죄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점점 겁이 없어져서 대담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있다"며 "동물학대에 무뎌지면서 사람으로까지 범죄 범위가 넓어지고, 이 경우 사회적 약자가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에콰도르·볼리비아는 헌법에 국민의 의무 중 하나로 동물보호가 명시돼 있다. 오스트리아·독일·스위스 등 나라는 민법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고 규정한다. 프랑스는 더 나아가 민법에 동물은 사람처럼 생명을 지닌 존재라고 규정했다.
동물에 대한 정의는 동물학대 처벌은 물론 반려동물과 관련된 민·형사사건, 더 나아가 사람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까지 폭넓게 영향을 준다. 민법 제98조에 변화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