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뇌관, 정부 스스로 부채 규모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

입력 2022-07-06 15:31 수정 2022-07-0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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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더민주 경제위기대응특위 '퍼펙트스톰 위기 대응 토론회' 개최
서영수 키움증권 이사 "잠재취약차주, 취약차주 4배 규모…부실 요인 재파악 필요"
"주식ㆍ가상자산 침체로 부채탕감 어려워…정부, 가계부채 규모 정확히 파악 못 해"

"금융당국이 가장 틀리게 생각한 것 중 하나는,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취약차주 문제라는 것입니다. 취약차주는 전체 가계부채의 5%밖에 되지 않습니다. 신용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을 써서 무리하게 갭 투자한, 신용등급 1~3등급 사이의 우량차주들이 가계부채의 뇌관입니다. 이들의 레버리지 수준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서영수 키움증권 이사는 6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개최된 '퍼펙트스톰 위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은행채 발행이나 정기예금 확대 등에 나서고 있고, 이와 같은 조치가 대출금리 상승으로 연결되는 만큼 리스크가 촉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무리하게 갭투자에 나선 이들이 자산매각 등으로 상환 요구에 대처할 여력이 사라지는 만큼 금융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 경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나 금융당국이 부채 규모나 대안에 대해 적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국회의원들과 패널들의 모습 (박소은 기자 gogumee@)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국회의원들과 패널들의 모습 (박소은 기자 gogumee@)

해당 세미나를 주최한 더불어민주당 경제위기대응특별위원회는 최근 물가 상승률이 6%에 달하고 미 연준이 자이언트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는 등 복합 경제위기 상황이 닥쳐옴에 따라 정부·여당에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꾸려졌다. 김태년 의원이 위원장을 맡았고, 홍성국 의원이 간사를 맡았다. 이외에도 김상희 전 국회부의장을 비롯해 김성환ㆍ오기형ㆍ정태호ㆍ홍기원ㆍ홍익표ㆍ윤관석ㆍ정춘숙 의원 등이 자리를 지켰다.

이날 세미나에서 서영수 이사는 금융당국이 주시하고 있는 취약차주보다 잠재 취약차주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와 통계 등을 살펴보면 잠재취약차주 대출 규모는 437조 원으로 취약차주의 대출 규모(101조4000억 원)의 약 4배에 달한다. 전체 대출 내 비중 또한 잠재취약차주는 18.8%, 취약차주는 4.4%로 차이가 두드러졌다.

서 이사는 "잠재취약차주는 다중채무자면서 중신용ㆍ중소득자, 이중채무이면서 저소득ㆍ저신용 차주"라며 "저금리, 변동금리로 대출 쇼핑하면서 갭투자를 하면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을 이용하는 대출자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또 다른 부실 위험으로는 자영업자가 있는데,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자영업자들은) 대출 기준이 낮고 은행이 쉽게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라며 "자영업 명의로 부동산에 투자하신 분들, 공식적으로 임대사업자가 될 수도 있지만, 결국 투자를 무리하게 한 사람들의 레버리지 수준이 너무 크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 레버리지가 비은행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높은 과다채무자의 경우 중저DSR 채무자보다 비은행 대출 비중이 높고, 실제 상호금융이나 새마을금고ㆍ신협 등이 상대적으로 대출 폭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서 이사는 "미국의 경우 비은행이나 조합은 은행과 고객이 단절돼 비은행이 부실화돼도 은행으로 전염되지 않는다"라며 "국내의 경우 비은행과 은행이 중복돼 가중채무의 성격이 크다"라고 경고했다.

특히 과다 채무자가 자산 매각을 통해 탕감하기도 쉽지 않다 꼬집었다. 과다 채무자의 투자 대상은 비주택(상가, 토지, 공장, 오피스텔)에 쏠려 있다는 것이다. 고 DSR 채무자의 경우 비주택담보대출이 28.9%로, 상호금융 대출에서는 64.5%로 나타나 유동성이 낮고 경매 매각가율이 낮다고 지적했다.

2020~2021년 호황기를 맞았던 주식시장 및 가상자산 시장의 침체 또한 금융 부실화를 초래할 것으로 전망했다. 해당 기간 이후 개인이 주식을 순매수한 규모는 122조 원으로 지수 기준 20조 원 이상의 손실이, 가상자산은 순매수한 자금 기준 15조 원가량의 손실이 추정된다는 것이다. 주식 및 가상자산 시장이 가라앉으며 주식ㆍ비트코인을 매각해 위기 대응에 나서려는 가계의 능력이 훼손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특히 가계부채 리스크 관련 정부가 스스로 부채의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체 부채의 절반에 달하는 임대보증금, 개인사업자대출이 정부 부채 통계에 누락됐다는 것이다. 실제 2020년 3월부터 2021년 7월까지 전체 주택 거래 중 임대보증금 비중이 52%로 절반을 상회하지만 가계부채 정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세미나 이후 홍영표ㆍ홍익표ㆍ정태우 의원은 '추경으로 부채 조정을 하겠다고 했는데 해당 규모가 부족한 것이냐', '잠재 취약차주의 부채가 40%라 판단한 근거는 무엇인가', '자산 가격을 낮춰 매각하면 채무자들의 부채를 덜어낼 수 있는가', '은행들의 모럴헤저드는 없었는가' 등의 질의를 이어갔다.

서 이사는 "현재 금융당국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5%의 취약차주는 망가져 봐야 얼마나 영향을 주겠나"라며 "이자가 과도하게 올라간 부분을 조절하고, 금융 완화 과정에서 빚을 늘리고 이자만 내던 사람들, DSR이 300%를 넘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 및 대출을 끊고 정상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라고 답했다.

이어 "부채조정은 반드시 자산매각이 뒤따라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라며 "정부는 별도의 기구를 마련하든지 해서 일정 수준 사후정산 형태로 해서 부동산을 매입한다든지 하는 조치들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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