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다국적 기업이 매출을 올린 국가에 세금을 납부하는 디지털세 필라1에 대해 "단계적 도입을 통해 연착륙을 유도하는 등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16일(현지시간) 밝혔다.
추 부총리는 이날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제3차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 참석해 이같이 강조했다. 필라1은 현재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이중과세 제거 장치 마련 등 세부 쟁점이 논의되고 있다.
15%의 최저한세율을 적용하는 디지털세 필라2에 대해선 효과적인 이행 체계를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현재 세법 개정을 추진 중인 우리나라의 입법 상황을 소개했다. 참석국들은 디지털세 필라1·2의 신속한 이행 약속을 재확인하고, 현재 진행되는 필라1 주요 쟁점 논의의 조속한 마무리를 촉구했다.
이번 회의에는 대다수의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가 참석했으며, 세계 경제, 세계보건 등 총 7개 세션이 논의됐다. 세계 경제 불확실성 확대 원인에 대한 회원국 간 이견으로 합의문(코뮤니케)대신 의장 요약으로 대체됐다.
추 부총리는 "세계 경제가 원자재·곡물가격 상승, 인플레 위협 확대, 금융시장 불안 고조 등 복합위기 상황에 있다"며 △자유무역, 다자 경제통상 플랫폼을 통한 세계 경제 상호연결성 강화 △선진국·개도국의 균형 발전을 위한 통화정책 정상화의 면밀한 조율 △기후변화, 디지털 전환 등 지속 성장을 위한 구조적 노력 병행 등을 강조했다.
세계보건 세션에서 회원국들은 미래의 팬데믹 대응 재원을 위한 금융중개기금(Financial Intermediary Fund·FIF)을 설치하는 방안이 세계은행(WB) 이사회를 통과한 것을 환영하면서 9월 설립을 위해 조속한 후속 조치를 추진할 것을 WB에 촉구했다.
FIF는 WB 내에 설치하는 기금으로, WB는 자금의 관리·출납을 담당하고 별도의 기구에서 자금의 조달·투자운용 등 사항을 논의·결정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한국은 FIF에 대해 3000만 달러를 기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5000만 달러), 일본(1000만 달러, 초기 지원), 미국(4억5000만 달러), 이탈리아(1억 달러) 등 주요국의 FIF 지원 계획도 발표됐다.
추 부총리는 FIF 의사결정 구조가 수혜국의 충분한 참여를 보장하면서도 기여 국가 중심이 돼야 한다는 점과 논의 과정에서 세계보건기구(WHO)가 충분한 기술적 조언을 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우리나라가 공동의장직을 수행 중인 국제금융체제 세션에서는 글로벌 자본이동 변동성 심화에 대응하기 위해 회원국 간 명확한 소통과 정책 공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취약국 채무구제 절차에 대한 가이드라인 마련 등 가시적 성과 도출 노력을 촉구하고, 자본 적정성 검토 등 다자개발은행(MDB)의 대출역량 확충을 지지했다.
추 부총리는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도 면담을 가졌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등으로 세계 경제 전망이 지난 4월 대비 한층 어두워졌다"면서도 "한국 경제는 좋은 펀더멘탈을 감안하면 주요국 대비 둔화 폭이 크지 않을 것이고, 환율 절하 수준도 다른 나라 대비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이에 추 부총리는 "펀더멘털 강화를 위한 정책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며 "통화당국과 긴밀한 소통도 계속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또한, 내년도 한국에서 개최를 협의하고 있는 한-IMF 디지털 화폐 콘퍼런스를 계기로 파트너십 강화를 희망하며 게오르기에바 총재를 초청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추 부총리의 콘퍼런스 초청에 방문하겠다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