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간판보다 외국어 간판이 더 많고 들리는 말도 외국말이 더 많은 거리, 처음 방문하는 사람에겐 이국적이고, 한편으로는 불안한 느낌마저 들 수 있는 이색 지대다. 초기에는 나도 그네들 말을, 그네들도 한국말을 못했다. 원활한 진료를 위해 중국말과 러시아말을 배웠다. 서로 양 끝에 있던 외국인 환자와 한국인 의사는 이제 서로 가까워져 환자는 반 정도 한국인이, 의사인 나는 반 정도 외국인으로 바뀌었다.
국경도 희미해져 잘 보이지 않는다. 워드 작업을 하면서 영어 단어를 치려고 할 때 자판키를 영어로 바꾸지 않으면 이상한 글자가 화면에 뜨는 것처럼, 외국인 환자는 진료실 의자에 앉아 한국말을 기대하고 있는데 정작 의사인 내가 그네들 말을 하면 엉겁결에 “나 한국말 잘 몰라요”라고 하는 재미난 일도 생긴다. 재차 물어보면 그제야 알아듣고는 자기 나라말을 어떻게 배웠느냐며 엄청 좋아한다. 중국 환자들을 진료하다가 러시아 환자가 왔는데도 그냥 중국말을 하는 경우도 많고, 서남아시아 출신 환자에게는 영어를 써야 하지만, 우즈베키스탄이나 카자흐스탄 같은 중앙아시아인과 헷갈려 러시아말을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긴말까지는 능숙하지 못해 소통에 문제가 없진 않으나 어려움보다는 보람이 더 많은 외국인 진료다. 한국 생활이 어떠냐고 종종 물어보는데 안 좋다고 하는 사람을 아직 못 봤다. 코로나로 공단은 물론이고 농어촌에도 인력난이 심하다고 한다. 이참에 이민정책을 개선해 우리나라에 오고 싶어 하는 외국인들을 더 많이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유인철 안산유소아청소년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