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악화와 재무구조 개선 부담 등 각종 악재에 시달리는 보험업계가 인력감축에 속속 나서고 있다. 보험사들은 내년 신국제회계기준인 IFRS17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비용절감에 나서면서 희망퇴직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처브라이프는 전날 희망퇴직 계획을 발표했다. 일주일간 신청을 받으며, 임직원 근속연수에 따라 최대 36개월 치의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제시했다.
앞서 처브라이프의 모기업인 미국 처브(Chubb) 그룹은 시그나(Cigna) 그룹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보험사업을 인수해 라이나생명과 같은 계열사가 됐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조직 슬림화를 통한 라이나생명과의 합병 준비단계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당장 합병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우선 두 회사의 자산 규모가 크지 않아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라이나생명은 지난 1987년 외국계 생보사 최초로 한국에 진출한 이후 '알짜회사'로 성장해 왔다. 올 1분기 기준 총자산은 5조6000억 원에 불과하지만, 순이익은 864억 원으로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신한라이프에 이은 5위다.
총자산순이익률(ROA)은 6.17%로 생보사 평균 ROA가 0.50%에 미치지 못하는 점을 고려하면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 비율도 296.6%로 높은 수준이다.
반면 처브라이프의 경우 실적, 재무건전성 등이 부실한 상황이다. 실제 처브라이프는 2011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200억 원 내외의 적자 규모를 기록하다가 지난 2020년 처음으로 흑자를 달성했다. 지난해에도 흑자 기조를 이어가긴 했으나 영업이익(5억5803억 원)이 전년(15억173만 원)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만약 합병이 진행되더라도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처럼 당분간은 각각의 경영 체제를 유지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작년 매각 발표 당시 내부 직원들의 반발이 거셌던 만큼 무리한 통합 시도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인수가 최종 완료되면 양사의 수익성 등을 최종 고려해 추후 통합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