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일자리는 태생적으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일자리보다 단기적이고 계절에 영향을 받는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국가 고용정책의 홍보 도구화는 역대 정부가 공통으로 사용하여 왔으며, 시장형 일자리로 전환한다고 하여 고용통계에서 빠지진 않기에 정책 변화의 근거로 삼기에는 설득력이 약하다. 만일 정부보조금이 일부 지원되는 시장형 일자리로 전환한다고 하여 ‘단기 알바’ 공공일자리가 안정적 일자리로 이어지거나 정부지출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그것은 정말 순진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결국 공공일자리 정책 변환 배경의 근본적 이유는 국가 부채를 줄이려는 거시 재정 안정화와 민간기업 지원 때문이라 하겠다.
그러나 공공일자리를 단순히 정부지출의 문제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저출산 시대와 인공지능 사회 도입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재사고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모든 규제를 푼다고 하여도 민간기업에서 지속적이고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곳은 극소수일 뿐이라는 사실을 현실로 받아들여야 할 때이다. 대다수의 민간 고용시장은 단기간, 저임금, 저숙련 일자리로 넘쳐나고 있다. 얼마 전 거제도 조선소 파업을 통해 생생히 국민에게 전달된 사실은 용접 경력 20년 차의 하청 노동자 월급이 최저임금을 약간 상회한다는 현실이었다. 과거보다 높은 임금에도 불구하고 편의점, 식당 등 서비스업에서 발생한 구인난은 그동안 최저임금 논쟁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릴 정도의 일자리가 되었다. 미국의 경우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던 맥도날드(일명 맥잡), 월마트의 일자리도 이젠 무인 키오스크 주문과 아마존 고와 같은 무인 점포가 늘어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민간 영역에서 고용을 포기하는 상황이 도래하면 개인의 생애를 계획할 수 있게 하는 안정적인 공공형 일자리의 발굴이 매우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가 주로 줄이고자 하는 공익성 일자리도 지금보다 더 확대하는 방향으로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공익성 일자리는 주로 민간기업이 참여하기 어려운 지역사회 기여형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러한 일자리를 줄이는 것은 지역 특성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시각이 아닐 수 없다. 지역 내 이동이 쉽지 않은 고령층, 여성, 취약계층에 지금보다 높은 임금이면서 지역 특성을 극대화하는 일자리 발굴 지원을 강구해야 한다. 예를 들면 생활체육센터나 문화시설 확충을 통해 지역주민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일자리 발굴이나 과거 개인의 역량을 ‘재능기부’라는 명목으로 무상화시킨 봉사도 얼마든지 지속적인 일자리로의 전환이 가능하며, 실제로 이를 실천하는 지역들도 존재한다. 이러한 일자리는 단순 생계용을 넘어 일자리를 통해 지역주민들과 만나고 이야기함으로써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살고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갖는 데 기여하고 있다.
새롭게 창출할 공공일자리의 소득은 민간의 소득보다는 작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비록 임금은 적을지라도 일자리가 안정적이면 개인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안정적인 공공일자리 발굴이 미래의 일과 복지의 의제가 될 날은 그리 머지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