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둔화한 국제 경제 성장세 속에서도 에너지와 IT, 소비 유행 변화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28일 발간한 '5대 추세로 살펴본 수출 유망시장' 보고서에서 에너지와 IT 인력 이동,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 공급망 재편, 다양한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새로운 해외 진출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에너지 보유국들이 미래 대비를 위해 신재생에너지와 노후 발전 시설 개선에 힘을 쏟는 만큼 국내 기업의 참여 기회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코트라는 보고서에서 "에너지 위기와 가격 상승은 에너지 보유국의 인프라 확대와 에너지 수입국의 에너지 전환 등으로 새로운 수요 확대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유럽은 8월부터 러시아발(發) 가스 공급이 중단돼 에너지난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코트라는 히트 펌프, 개인용 난방기구, 태양열 온수 시스템 등 국내 중소기업 제품의 진출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정부도 최근 비슷한 분석을 통해 단열 개선과 히트 펌프 보급 등 에너지 효율 지원의 확대 필요성을 제기했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개한 '주요국 에너지 안보 관련 동향과 시사점'에 따르면 최근 주요 국들은 공급 측면에 집중된 정책을 통해 히트 펌프 보급 등을 진행한다고 분석했다.
코트라는 또 전 세계 지역별 이슈는 세계 경제에 부담이 되지만, 생각지 못했던 대체 공급 기회를 창출하거나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대(對)러시아 제재에 따라 서방 기업들이 러시아를 떠나자, 러시아 내부 IT 전문 인력이 주변국으로 이동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등 인접 국가들은 이러한 전문 인력 유치를 위해 노력해 IT산업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코트라는 보고서에서 특히 IT 전 분야 경쟁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도 현지 진출 기회를 확보할 길이 열린다고 해석했다. 상품 수출은 일부 기업이 카자흐스탄 등 국가로 우회 수출 루트를 개척하면서 러시아 주변국과 교역이 늘었다. 소비자의 품목 선호도, 구매 방식 등의 변화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또 동맹국(프렌드쇼어링)과 인근국(니어쇼어링) 중심의 공급망 재편이 본격화함에 따라 안정적인 자원 확보를 위해 자원 부국과의 협력을 다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북미 지역에 대한 첨단산업 투자를 확대해 현재보다 폭넓은 교역 확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코트라는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유명 브랜드들의 고향인 유럽과 미국에서도 브랜드 충성도가 흔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국내 기업들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확산한 소프트파워를 활용해 다양한 소비재 상품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에서는 스마트시티, 스마트농업, 스마트에듀, 디지털 헬스 등의 분야도 유망 시장으로 꼽혔다. 예를 들어 쿠웨이트 농수산청은 압둘라 신도시 건설과 연계해 한국의 스마트팜 기술 적용을 추진 중이다.
김태호 코트라 경제통상협력본부장은 "세계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우리 무역이 고전을 겪고 있지만, 활력과 성장동력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 요인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