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가 지속되며 시장에서 이른바 ‘킹달러’(달러화 초강세) 시대라는 말이 나오자 글로벌 자금이 통화 상장지수펀드(ETF)에 몰려들고 있다.
증권사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는 달러 투자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강남에 있는 국내 증권사 PB팀장 A씨는 “과거에는 고액 자산가 위주였지만 요즘은 일반 투자자들의 관심도 커졌다”고 말했다.
6일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Refinitiv)와 SK증권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미국 증시에 상장된 전체 통화ETF 운용자산(AUM)은 37억7800만 달러 규모다. 이는 1월 3일 20억1500만 달러 보다 17억6300만 달러가 늘었다.
특히 연초 9억3100만 달러에 불과했던 달러 롱 ETF 운용자산은 25억8500만 달러로 급증했다. 달러 숏 ETF운용자산도 연초 10억8200만 달러에서 11억9100만 달러로 증가했다.
수익률도 좋은 편이다. UUP는 최근 한 달 수익률이 3.3%를 기록했다. 연초 이후로는 14.6%에 달한다. 위즈덤 트리 블룸버그 U.S 달러 불리시펀드(WisdomTree Bloomberg U.S. Dollar Bullish Fund(USDU))는 같은 기간에 각각 2.7%, 11.2% 수익률을 내고 있다. 프로셰어즈 울트라숏 유로( ProShares UltraShort Euro)는 최근 1개월 수익률이 4.5%에 달했다. 연초 이휴 수익률은 30.6%나 된다. 프로예어즈 울트라숏 엔 (ProShares UltraShort Yen)은 각각 9.6%, 47.1%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국내 통화ETF도 인기다.
퀀트와이즈(Quantwise)와 SK증권에 따르면 국내 통화(달러) ETF 10곳에는 최근 2주간(8월 22일~9월 5일) 총 110억1000만 원이 순유입됐다. 달러 ETF 월별 평균 유입액을 살펴보면 9월 기준 유입액은 올해 1월(2630억8500만 원)과 비교했을 때 23.10%(607억6600만 원) 증가했다.
연초부터 달러 ETF 유입액은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3년간 상반기 달러 ETF 자금 유입 증감률은△2021년(4.18%) △2020년(9.04%) △2019년(-12.82%)으로 올해 대비 모두 저조했다.
특히 이날 기준 국내 달러 ETF 10개 중 삼성자산운용의 'KODEX미국달러선물ETF'에 966억9000만 원으로 가장 많은 투자금이 유입됐다. 이는 전체 유입액(3254억5700만 원)의 29.70%에 달한다.
달러 ETF로 자금이 몰리는 것은 연초부터 시작된 미 연준의 강력한 통화정책,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달러 초강세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달러 가치에 연동하는 달러 ETF는 강달러 현상 속에서 수익률을 내기 유리하다.
달러화 강세에 따라 유로화, 파운드화, 엔화 등 여타 통화들은 일제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일 달러인덱스는 한때 장중 110PT를 돌파했다. 이는 2002년 6월 이후 최대치다. 달러인덱스는 연초대비(YTD) 14.8% 상승했고, 이에 따라 원화는 올해만 15.6% 약세를 보였다.
달러 ETF 수익률은 레버리지 상품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최근 한 달간 수익률 상위 1~3위는 모두 지수를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ETF 상품이 차지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의 'KOSEF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9.88%),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9.85%),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9.70%)은 모두 10%에 육박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달러 ETF는 달러 가치 변동에 직접 연동해 움직이는 데다 환전 수수료와 투자 한도가 없어 투자액을 크게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연 0.2~0.4%대 운용 수수료와 매매차익의 15.4%를 배당소득세로 내야 한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썬 달러 초강세를 꺾을 만한 재료가 보이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유로 약세(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엔화 약세(미-일 통화정책 디커플링), 달러 강세(연준의 자이언트 스텝 등 강력 통화 정책) 등 달러 강세를 견인하는 상황들이 산재하기 때문이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연말 정도는 되어야 방향 전환을 타진할 가능성이 열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라며 "환율 변동 폭이 상대적으로 안정됐던 과거와 달리, 거칠고 강한 움직임을 보이는 현 상황에서는 통화형 ETF들이 보다 직접적인 투자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