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조기진단 시대 열릴까…K진단키트가 ‘희망’

입력 2022-09-21 07:00 수정 2022-09-21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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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 간편 검사 수요 확대…피플바이오가 최초 상용화

매년 9월2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 알츠하이머의 날’이자, 국내에서는 ‘치매 극복의 날’이다.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나아가면서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인 치매 환자는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치매 치료 시장은 물론 치매 진단 시장도 동반 성장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펴낸 대한민국 치매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65세 이상 노인인구(813만 명) 중 약 84만 명이 치매 환자로 추정된다. 10.33%의 유병률로, 10명 중 1명은 치매를 앓고 있는 셈이다. 이 숫자는 노인인구의 증가에 따라 5년 후 108만 명, 10년 후 136만 명으로 가파르게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2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고령사회에서 치매 유병률이 증가하면서 치매도 약물치료와 관리를 통해 진행을 늦출 수 있고, 예방이 필요한 질병이란 인식도 확대되고 있다. 이런 인식 전환으로 치매 진단, 특히 조기 진단 수요는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잉크우드 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치매 환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 진단 시장 규모는 2017년 3조 원 규모에서 연평균 8.08% 성장해 2022년 4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알츠하이머병의 핵심 병리학적 단백질인 아밀로이드 베타(Aβ)와 타우를 측정하는 바이오마커 검사로는 뇌척수액 검사나 양전자 단층촬영(PET) 검사가 활용된다. 뇌척수액 검사는 척수에 바늘을 찔러야 하는 침습적 검사란 점에서 고통을 유발한다. PET 검사는 1회에 약 120만 원의 고액으로 선호도가 낮다. 두 검사 모두 초기 의심환자를 가려내기엔 부담스러운 방법이다.

따라서 치매 진단 시장에서는 비용이 저렴하고 접근성이 뛰어난 혈액 검사법에 대한 수요가 크다. 혈액진단이 널리 쓰이면 치매의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을 가려내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혈액 진단의 경우 미국과 일본, 대만 등이 뛰어들었지만, 국내 바이오기업이 가장 먼저 상용화에 성공했다.

피플바이오는 멀티머검출시스템(MDS) 플랫폼기술을 기반으로 알츠하이머병을 조기 진단하는 'OAβ 테스트'를 개발했다. MDS는 항원을 겹치게 설계해 변형단백질질환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올리고머 및 멀티머를 선택적으로 구별·검출하는 기술이다.

올리고머화 아밀로이드 베타(OAβ)는 알츠하이머병의 발병과 진행의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병리학적 요인으로 알려졌지만, 혈액 내 존재하는 양이 매우 적고 혈장 내 다른 단백질과 결합하는 특성으로 검출이 어렵다. OAβ 테스트는 소량의 혈액만으로 간편하게 이를 측정할 수 있다. 또한, 해외 기업의 제품과 달리 고가의 분석 장비가 필요하지 않으며, 테스트 비용도 회당 10만 원대로 비교적 저렴하다.

피플바이오는 2018년 4월 OAβ 테스트의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았고, 지난해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했다. 현재 이대서울병원 등 22개의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약 70개의 의료기관에서 OAβ 테스트가 쓰이고 있다. 앞으로 병의원 및 주요 건강검진센터에 검진 서비스 인프라 구축을 확대하고, 필리핀과 싱가포르, 프랑스 등에 이은 신규 해외 시장 파트너십을 추진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국내 의료기관을 300여 곳으로 늘려나갈 예정”이라며 “동남아 및 유럽 등 해외 시장 진출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글로벌 인지도를 제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메디프론은 퀀타매트릭스와 함께 알츠하이머병 진단 보조키트(QPLEX Alz plus assay)를 개발, 2020년 7월 식약처 승인을 획득했다. 인지장애 및 인지장애 고위험 대상자의 혈장에서 확보한 4종의 단백질을 다중 마커 진단기술인 QMAP(QuantaMatrix Multiplex Assay Platform)로 다중 정량하고, 자체 알고리즘을 이용해 아밀로이드 베타의 병리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이다.

QPLEX Alz plus assay는 서울대학교병원 KBASE 코호트 검증을 통해 인지장애 및 인지장애 고위험 대상자의 혈장에서 뇌 내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성능을 확인했다. 신의료기술평가 절차를 마무리하는 대로 국내외 시장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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