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최대현안 강제징용 배상에 日 기존입장 고수
한덕수, 28일 방일해 기시다 만나 추가 논의할 듯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21일(현지시간) 첫 한일정상회담에서 양국관계 개선과 북핵 대응 협력에 공감대를 이뤘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날 유엔총회를 계기로 미국 뉴욕 맨해튼 소재 회의장에서 30분가량 약식회담을 벌였다.
이재명 용산 대통령실 부대변인에 따르면 양 정상은 먼저 현안 해결을 통한 양국관계 개선 필요성에 공감해 이를 위한 외교당국 대화 가속화를 지시했다.
‘현안’은 강제징용 배상 등 과거사 문제로 읽힌다. 앞서 지난 19일 사전협의 성격으로 열린 한일외교장관회담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이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에 강제징용 피해자와 민관협의체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
다만 현안 해결은 녹록치 않다. 한일외교장관회담 뒤 일본 외무성은 보도자료를 통해 ‘일관된 입장’을 전했다고만 밝혔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등으로 이미 해결된 사안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한다는 의미다.
이에 한덕수 국무총리가 오는 28일 기시다 총리를 만나 진행할 추가 논의가 주목된다. 한 총리는 우리 정부를 대표해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국장에 참석한다.
尹, 유엔사무총장 만나서도 국제사회 북핵 대응 요청
다만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선 북한 거론 안해
한일 정상은 북핵 문제도 논의했다. 북한이 최근 핵 무력을 법제화하고 7차 핵실험을 앞둔 상황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공유하고,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한 대응에 의견을 같이 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과 만나서도 7차 핵실험 등 북핵 위협에 대한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을 요청했다. 다만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선 북한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한일회담은 우여곡절 끝에 시작됐다. 일본 측에서 우리 국가안보실이 유엔총회 전에 한일회담 확정을 발표한 데 대한 항의가 나오면서 기싸움 양상을 보였다. 이 때문에 한일회담이 열린 정오 즈음 직전인 오전까지도 용산 대통령실과 외교부 모두 한일회담 성사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한일관계 회복을 기치로 내건 만큼 대통령실은 한일회담 성사에 총력을 기울였다. 무산될 경우 윤 대통령이 한일관계 회복에 역점을 뒀음에도 일본에게 거부당하는 모양새가 돼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앞서 본지에 “윤석열 정부 첫 한일회담은 윤 대통령의 이번 유엔총회 일정에서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며 의지를 보였다.
윤 대통령은 한일회담에 이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두 번째 한미정상회담도 벌인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애초 뉴욕 체류 일정을 단축해 여러 국가 정상들과의 회담을 조정한 만큼 한미회담 또한 규모가 축소될 공산이 크다. 이날 저녁에 예정된 바이든 대통령 주최 리셉션에서 약식회담이 진행될 수도 있다.
약식회담으로 줄어들 경우 논의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한국산 전기차 보조금 배제와 한미통화스와프 문제는 구체인 협의가 이뤄지기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