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물가를 잡기 위한 글로벌 주요국들의 가파른 금리 인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취약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국내에서는 취약기업 중 80%가 영업적자로 이자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2일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올해 예상되는 코스피 이자보상배율은 6배로, 지난해 12배 대비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이 벌어들인 돈(영업이익)에서 이자(이자비용)가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이자보상배율이 1보다 작으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한다는 뜻이다.
올해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돌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으로는 △하나투어(-13.0) △한국전력(-8.5) △대교(-7.5) △제주항공(-5.0) △대우조선해양(-3.5) △지역난방공사(-3.4) △진에어(-3.2) 등이 꼽혔다.
올해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리 상승에 따라 기업들의 이자 부담이 증가하면서 이자보상배율이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를 지난해 9월 0.75%에서 현재 2.50%까지 1년 사이 175bp(1bp=0.01%포인트) 인상함에 따라 국내 회사채 금리와 대출금리는 같은 기간 150~250bp 이상 상승했다.
전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또다시 '자이언트 스텝(75bp 인상)'을 밟으면서 한미 간 금리가 한 달 만에 재역전된 점도 추가 금리 인상 부담을 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하는 취약기업이 늘어날 가능성은 커진 상황이다. 이정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특히 취약기업 중 대부분이 소형주로, 대형주 내 취약기업은 10%에 못 미치지만 소형주의 경우 30%가 취약기업"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형주들이 포함된 △반도체 △화학 △소프트웨어 업종의 경우 과거 대비 취약기업 비중이 낮은 수준이지만, △디스플레이 △호텔·레저서비스 △운송 △소매(유통) 업종은 취약기업 비중이 작년 수준을 크게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과거 이자보상배율 변동 요인은 수익성 악화에 따른 영향이 컸다"며 "올해의 경우 수익성은 작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차입비용 증가(이자율 상승)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