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임기 여성 유출로 출생아 감소 더 가팔라져
인구가 줄어드는 속도는 비수도권에서 상대적으로 빠르다. 추세적인 저출산에 더해 가임기 여성을 포함한 청년층(15~29세) 인구가 유출돼서다. 인구 유출은 추가적인 출생아 수 감소 요인이 된다. 그나마 수도권은 합계출산율 감소 영향이 가임기 여성 증가에 따른 출생아 수 증가로 일부 상쇄된다. 문제가 심각하다곤 하나 비수도권에 비할 바는 아니다.
먼저, 출산율 감소는 전국적 현상이다.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1명 이상인 시·도는 세종과 전남 두 곳뿐이었다. 부산, 대구는 0.7명대에 머물렀다. 서울보다 높을 뿐, 출산율 감소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가파르다. 여기에 비수도권은 가임기 여성 유출이란 문제가 겹쳐 있다. 지난해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순유출된 20대만 7만211명에 달한다. 20대를 중심으로 한 비수도권의 인구 유출은 매년 그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비수도권 저출산의 영향은 생태계 먹이사슬과 유사하다. 비수도권의 출생아가 줄면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과 의료기관이 먼저 문을 닫는다. 이 같은 보육기반시설 감소는 일자리 감소, 추가적인 가임기 여성 유출로 이어지고, 지역 내 소비력이 줄며 내수는 부진에 빠진다. 이로 인해 생산·상업시설이 줄면 또 일자리가 줄고, 20·30대 전반에서 인구가 유출된다. 그 결과로 병원, 교통시설 등 필수 기반시설까지 사라지면 종착지는 ‘지방 소멸’이 된다.
이미 일부 지역에선 소멸이 진행 중이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지방소멸 위기 지역의 현황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시·도별 종합병원 접근성은 서울이 2.85km, 가장 먼 경남은 31.54km로 나타났다. 시·도별 문화시설 수도 서울 120개, 경기 228개인 반면, 대구가 13개, 제주는 12개에 불과했다. 공연문화시설 접근성은 서울이 2.08km였지만, 강원은 13.32km로 6배가량 멀었다. 이 밖에 도서관은 서울이 1.04km, 강원이 9.15km였으며, 공공체육시설 접근성은 서울이 1.90km, 경북은 8.03km였다. 국토연구원의 ‘지역 간 문화격차 해소방안 연구’에 따르면 84개 군급도시의 91.7%는 영화관이, 67.9%는 미술관이, 77.4%는 과학관이 없었다.
필수 인프라도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의 ‘2020 농림어업총조사 지역조사 집계 결과’를 보면 전국 마을(읍·면 행정리) 중 도보 15분 이내에 이용 가능한 대중교통 수단이 있는 마을은 전체 마을의 94.1%로 5년 전보다 3.5%P 줄었다.
가장 부족한 인프라는 의료시설이다. 약국이나 보건소, 한방병·의원, 일반병·의원, 치과병·의원 등은 대부분 읍·면 내 또는 시·군 내에서 이용 가능했으나, 시·군 내에 종합병원이 있는 비율은 54.1%에 불과했다. 전체 마을의 69.4%는 종합병원까지 이동시간이 30분이 넘었다.
가장 큰 문제는 비수도권의 저출산·고령화 속도가 시간이 흐를수록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이 5월 발표한 ‘2020~2050년 장래인구 추계 시도편’에 따르면 2050년 시·도별 생산가능인구는 2020년 대비 울산에서 50.6%, 대구는 49.0%, 부산은 48.7% 감소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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