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실상 내년 전기요금 인상을 예고하면서 대표적인 에너지 다소비 업종인 철강, 조선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세계 경기 침체, 수요 위축 등 대내외 악재로 힘든 상황에서 전기료 인상까지 겹치며 ‘도미노 충격’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전력의 적자 누적으로 내년에 기준연료비 인상을 검토 중이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기후환경요금·연료비 조정요금 등으로 구성돼있다.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철강 업계의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다. 철강업계는 탄소 감축을 위해 고로 대신 전기로 전환을 추진 중인 만큼 전기료 부담이 크다.
현대제철은 연간 약 6000억 원의 전기요금을 내고 있다. 현대제철 측은 내년 전기료 인상 시 수백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동국제강은 연간 부담하는 2000억 원 정도의 전기요금이 최대 3000억 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전력사용량이 많은 철강사의 경우 비용 부담이 제품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되면 철강사뿐만 아니라 다른 고객사들에 고스란히 옮겨갈 텐데, 결국 기업만 비용 부담을 떠맡게 되는 거 아니냐고”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지난 4월 새로운 철근 가격 체계를 도입해 철스크랩(고철) 가격 2만2000원과 전기요금 인상분(kWh당 6.9원) 4000원 등을 고려해 제품 가격을 톤(t)당 2만6000원 인상했다.
조선업계는 전기요금과 함께 원자재가격 인상 부담마저 짊어져야 한다. 철강업계가 내년 전기요금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면 조선 업계의 부담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통상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기업의 에너지비용 부담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해서 단순히 기업에만 비용을 전가시킬 게 아니라 여러 상황을 고려해 정부가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한 산업계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직접적인) 지원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