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횡재세 도입 열픙] ‘넝쿨째 굴러온 호박’에 세금 매겨라…도입 가속

입력 2022-11-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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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2-11-20 19: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미국 석유·가스업체 2~3분기 순이익 약 276조 원
바이든 “석유업계, 전쟁으로 돈 벌어”
유럽은 영국·스페인 등이 이미 도입
기업 투자의지 꺾고, ‘간소화’ 조세 원칙 어긋나 비판도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불안 등으로 세계 경제와 기업들이 시름에 잠겼지만, 일부 산업은 뜻하지 않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 이에 세계 곳곳에서 ‘횡재세(초과이득세)’를 이미 시행하고 있거나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석유와 가스업체들은 올해 2분기와 3분기에 총 2002억4000만 달러(약 275조7305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순이익을 올렸다. 세계 에너지 시장을 뒤흔들고 가격을 급등시킨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들 기업에는 마치 ‘넝쿨째 굴러온 호박’ 같은 행운이 된 셈이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횡재세 도입에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백악관 연설에서 “석유업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돈을 벌고 있다”라며 “생산량 증대를 위해 투자하지 않는다면 초과이득에 높은 세금을 부과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론 와이든 미국 상원 재무위원장도 올여름 석유·가스 기업의 초과 이익에 21%의 세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유럽은 미국보다 더 적극적이라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소개했다. 유럽연합(EU)은 화석연료 기업이 벌어들인 초과 이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연대세를 제안했다. 국가별로도 횡재세 도입 움직임이 활발하다. 영국은 지난 7월 북해에서 석유와 가스를 생산하는 기업의 초과 이익에 한시적으로 25% 횡재세를 부과해 세수를 국민 생활 지원에 쓰기로 했다.

더 나아가 제러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은 17일 예산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석유·가스 업체에 부과했던 횡재세율을 35%로 높이고 발전업체에는 내년 1월부터 45% 횡재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스페인은 이미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석유, 가스 발전소에 횡재세를 부과했다. 이어 올해 7월 스페인 연립정부는 은행과 에너지 기업에 임시로 횡재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의회가 승인하면 법안은 내년 초부터 2년간 발효된다. 스페인 정부는 9월 국영 단·중거리 열차를 4개월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를 내년까지 연장하고 그 비용은 횡재세로 충당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이탈리아가 지난 3월 석유·가스·전력 회사의 초과 이익에 대해 25% 횡재세를 도입했고, 그리스는 5월에 특정 기간 발생한 순이익을 전년 동기와 비교해 그 차액에 90%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헝가리도 업종별로 횡재세를 도입했고, 독일, 벨기에, 폴란드, 체코 등은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글로벌 석유업체들의 3분기 이익. 왼쪽부터 BP 82억 달러. 셸 95억 달러. 엑손모빌 197억 달러. 출처 파이낸셜타임스(FT)
▲글로벌 석유업체들의 3분기 이익. 왼쪽부터 BP 82억 달러. 셸 95억 달러. 엑손모빌 197억 달러. 출처 파이낸셜타임스(FT)
전문가들도 횡재세로 추가 세수를 확보해 저소득층 국민의 생활을 지원하거나 경기부양책을 마련하는 등의 조치를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미국 시카고대 설문조사에서 유럽 경제학자들은 횡재세에 대한 긍정 의견이 50%에 달했다. 미국은 38%로 적지만, 서구권 전체를 기준으로는 긍정파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쟁 위기로 이익을 얻는 게 비윤리적이란 지적도 있다. 또 석유·가스업체들이 막대한 수입을 벌어들이면서 엄청난 양의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기후대응 차원에서도 과세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이달 6일부터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7)에서도 횡재세가 화두에 올랐다.

다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과세 적용은 최대한 간소해야 한다’는 조세 원칙을 위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초과 이익을 어떻게 정의할지, 누구에게 과세할 것인지 등을 정하는 과정에서 균형을 맞추지 못하면 세금 부과가 지나치게 복잡해질 수 있다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횡재세가 기업의 투자 의지를 꺾는다는 의견도 있다. 마이크 소머스 미국석유협회(API) 회장은 “횡재세는 새로운 생산에 대한 투자를 위축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사토 모토히로 일본 히토쓰바시대 재정학 교수는 “노력으로 얻은 이익과 행운에 의한 이익은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토 교수는 “전자에 과도한 과세를 부과하면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지만 예상치 못한 이익에 부과하는 과세는 투자를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큰 손실이 나면 감세하는 구조가 뒷받침돼야 조세 원칙 중 ‘공평’과 ‘중립’에 맞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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