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고향사랑기부제(고향세)' 시행을 앞두고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기부자를 위한 답례품 선정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역 특산물인 농축산물이 대표적인 답례품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다만 도입 취지에 맞게 고향세가 단순히 농산물 구매 창구로 전락하지 않도록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향세는 자신이 거주하지 않은 모든 지자체에 연간 500만 원 이내에서 기부를 하면 세액공제와 기부한 지역의 답례품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지방의 재정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실시하는 기부제로 전국 243개 지자체가 모두 참여한다.
세액공제는 10만 원까지는 전액, 10만 원이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16.5%를 받을 수 있다. 기부자는 해당 지자체에서 기부금의 최대 30%에 해당하는 답례품도 받을 수 있다.
고향세 시행이 이제 두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자체는 답례품 준비도 한창이다. 이미 답례품 선정을 마치고 공급 업체 공모에 나선 지자체도 적지 않다. 아무래도 지역이 기부 대상이다보니 답례품은 대부분 쌀과 한우, 전통주 등 지역 특산물, 농축산물이 주를 이룬다.
농업계는 고향세 법제화를 꾸준히 추진해왔는데 그만큼 재정에 보탬이 되는 것은 물론 이 답례품을 통한 농촌 지역의 경제 활성화도 동시에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최근 논평에서 "농촌경제 활력화를 위해 도입되는 고향세의 취지를 살려 답례품은 농축산물 위주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기도 했다.
최근 충남도는 연구용역을 거쳐 15종의 답례품을 확정했다. 46개 후보 품목 가운데 명품수삼세트, 감태, 육쪽마늘, 한우세트 등 농산품 8종, 홍삼신액, 게장 등 특산품 3종, 철화분청사기 어문병, 동탁은잔세트 등 공예품이 4종이다.
전북도는 답례품 21종 가운데 17종이 농축산물과 가공품, 이 외에 전북관광브랜드 상설공연권, 한옥마을숙박권 등 서비스 형태도 일부 포함됐다.
다만 이 같은 답례품이 어쩔 수 없이 농축산물 등에 집중되다보니 차별성이 없거나 단순히 농축산물을 구매하기 위한 방안 정도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농업계 관계자는 "고향세에서 답례품의 역할이 중요하고 농축산물로 선정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단순한 쇼핑 채널 정도로 여겨질 가능성도 크다"며 "기부자가 애정을 가지고 지역에 기부를 하는 만큼 관심도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하는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향세에 대한 인지도를 높히는 방안도 필요하다. 최근 한국리서치의 '고향의 의미와 고향사랑기부금 제도에 대한 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고향세를 들어봤거나 알고 있다는 답변은 27%에 그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정부를 비롯해 지자체나 농업 관련 기관 차원에서 대대적인 홍보 활동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를 위한 예산 문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