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상장’을 외치던 기업들이 기업공개(IPO) 한파를 견디지 못하고 사라지자, 대표적인 IPO 주관사로 꼽히던 증권사들의 IPO 실적에도 찬 바람이 불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KIND)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시장의 공모금액 총액은 13조519억 원으로, 지난해(16조4618억 원)보다 20% 넘게 감소했다.
코스닥시장의 공모금액도 감소세다. 지난해 총 3조5812억 원을 기록했던 코스닥 시장에서 올해는 총 2조8542억 원을 기록해서다. 지난해 99건에서 올해 101건으로 공모 기업 수가 늘었음에도 7000억 원 넘게 줄어든 규모다.
IPO 시장이 위축되자 올해 상장을 주선했던 주관사(증권사)의 IPO 실적 성적표도 초라한 상황이다. 지난해 주요 주관사 중 하나인 미래에셋증권(8조9136억 원)과 한국투자증권(3조8105억 원), NH투자증권(3조7439억 원), 삼성증권(3조3385억 원), KB증권(2조9939억 원) 등은 조 단위 공모총액 규모를 달성했다.
반면 올해는 KB증권만 13조4479억 원을 기록했고, 모건스탠리 서울지점을 제외한 나머지 국내 증권사는 천억 원대만 기록해도 다행인 상황이다. 이마저도 KB증권과 모건스탠리가 올해 IPO 대어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의 대표 주관사를 함께 맡았기 때문에 가능한 실적이었다.
다만 남은 하반기에도 증권사들은 IPO 가뭄 현상을 피해 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한파가 들이닥친 IPO 시장에서 ‘연내 상장’을 무리하게 추진하느니, 상징성 높은 내년 첫 IPO 타이틀을 노리는 기업들이 더 많다고 보고 있어서다.
또 증권사가 IPO 입찰 제안 요청을 할 때 주관사로 선정되기 위해 기업가치를 최대한 긍정적으로 제안하는 관습도 IPO 업황 부진의 원인으로 꼽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의 유독 긍정적인 입찰제안서를 보고 크게 기대했던 기업이 수요예측 등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두면 더 크게 실망한다”며 “최근 시장 상황이 안 좋다 보니 더욱 그런 일이 잦았고, 이에 실제 상장을 철회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