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자금시장 신용경색, 선제대응 필요하다

입력 2022-11-25 08:04 수정 2022-11-25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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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택 경제칼럼니스트

자금시장은 여전히 불안해 보인다. 자금조달을 위한 환경은 점점 더 나빠지고, 단기금융시장과 채권시장은 고금리와 신용경색으로 유동성이 잘 돌지 않고 있다. 단기금융시장에서 국채·통화안정채권(통안채)을 담보로 하루짜리 자금을 빌리는 금리(KOFR, 한국무위험지표금리)가 5월 9일에 1.25%였던 것이 불과 6개월 만인 11월 10일에는 3.11%로 두 배 이상 뛰었다. 국채와 통안채는 발행인이 정부와 한국은행이기에 채권의 원리금 상환에 대한 위험이 없어 무위험채권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이를 담보로 자금을 빌리려면 하루에 무려 3.11%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문제는 앞으로다. 익일물(1영업일) 무위험지표금리가 추세적으로 급하게 우상향해온 것도 우려스럽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를지 모른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게다가 24일 한국은행 금통위는 3%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더 인상했다.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거듭하고 있어 금통위도 금리를 올리는 것인데, 단기금융시장은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것이다.

정부는 자금시장의 경색을 풀기 위해 연일 유동성 공급을 위한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우선 50조 원 이상의 규모로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고, 20조 원 규모의 채권안정펀드를 조성하고, 회사채·기업어음 매입 프로그램으로 16조 원을 마련하고, 유동성이 부족한 증권사에는 3조 원 규모로 지원하고, 주택도지보증공사·주택금융공사는 단기자금 융통에 문제가 있는 사업자에게 10조 원 규모로 보증을 지원하는 것 등이다.

또한 채권시장의 유동성 고갈을 방지하기 위해 채권발행 대신 은행대출을 권고한다. 정부는 한국전력이 대규모 채권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대신 5대 시중은행으로부터 대출을 통해 자금수요를 충당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한전은 올해도 30조~35조 원 이상의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바, 이를 메우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충당해야 한다. 과연 5대 금융지주가 현재 은행채를 추가로 발행하지 않고 한국전력에 충분히 대출해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정부는 5대 금융지주에도 은행채 발행과 예금금리 인상을 자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자금시장의 신용경색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그래서 정부는 11월 21일부터 1조8000억 원 규모의 ‘증권사 보증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매입 프로그램’을 가동하였다. PF-ABCP는 총 34조 원 규모로 이 중 절반이 이달에 만기가 도래한다. 특히 중소형 증권사의 PF-ABCP(신용등급 A2) 중 연내 만기를 연장해야 할 규모는 약 1조1244억 원인데 현재 상황에서 연장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정부의 유동성 지원에도 불구하고 일부 건설업계, PF대출에 관련된 증권사나 저축은행 등에 유동성 위기설이 나돌고 있다.

정부가 마련한 백화점식 대처방안에도 유동성 위기가 해소되지 않는 데에는 한국은행이 있다. 정부가 아무리 단기자금시장에 유동성 공급을 확대한다고 해도, 한국은행은 계속해서 기준금리를 인상함으로써 금융시장의 유동성을 고갈시킨다.

지금 당장은 단기자금시장이 경색된 상황에서 채권의 발행과 유통, 적절한 채권평가가 어떻게 경색국면을 심화시키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자금시장의 위기국면에서 채권가격은 급격히 하락한다. 시장참가자는 불안하여 매도호가와 매수호가 간 차이(스프레드)가 급격히 증가하며 매매 거래가 단절된다. 즉 시장에서 유동성이 고갈되는 것이다. 따라서 유동성 고갈을 막으려면 스프레드를 축소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자금 여력이 되는 기관이 채권시장의 시장조성자 역할을 담당하여 스프레드를 축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증권사나 은행은 신용등급이 나쁜 기업어음에 투자하면 나중에 주주나 채권자로부터 책임을 물을 수 있기에 그 역할이 제약된다. 연기금, 자산관리공사나 연합자산관리공사가 PF-ABCP 발행기업이 부실화되기 전에 선별된 자산을 선제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것이 더 큰 피해(연쇄도산)를 피하는 길일지도 모른다. 결국 유동성 문제는 사후적으로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는 것보다 사전에 스프레드를 줄이는 데 유동성을 투입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이처럼 고금리 환경에서 적은 유동성으로 신용경색이라는 복잡한 실타래를 단숨에 끊으려면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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