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28일 민주당이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진행을 앞두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경질을 요구한 데 맞서 내놓은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여소야대 상황을 돌파하려 국정조사를 수용했지만, 민주당이 이 장관 경질을 추가로 요구하면서 또 다시 여야 대치 국면으로 접어든 것이다.
여야는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 극적으로 합의해 지난 24일 본회의 의결을 거쳐 착수한 상태다. 본격적인 조사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 이후 진행될 예정인데, 민주당은 그 사이 이 장관이 이태원 참사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국정조사를 시작할 수 있다는 요구를 내놨다. 23일 합의한 후 불과 나흘 만이다.
민주당은 이날까지 이 장관 거취를 결정하라고 윤 대통령에 촉구하면서 해임건의안과 탄핵소추안을 언급하며 압박했다. 이에 윤 대통령이 여소야대에 묶인 예산과 정부조직 개편, 국정과제 입법의 숨통을 트이게 하기 위해 국정조사 수용에 이어 이 장관의 손도 놓을지 주목이 쏠렸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응답하지 않았고, 여당은 반발했다.
용산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여야 대표의 회동이 (이 장관 경질 등의) 전제조건을 달고 충족됐을 때 이뤄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여러 국정 현안들이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고, 가장 당면한 예산은 여야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국정조사특위 위원들은 같은 날 민주당의 이 장관 파면 요구를 거두지 않으면 위원직을 던지겠다는 경고를 내놨다. 간사인 이만희 의원은 이 장관 파면 요구에 대해 “이태원 참사를 윤석열 정부 퇴진의 불쏘시개로 삼으려는 정략적 기도”라며 “민주당은 상임위에서 예산안을 단독처리하고 시한까지 명시하며 이 장관 파면을 요구하며 원내대표 간 합의와 협치의 정신을 무시했다. 이태원 참사의 정쟁화를 획책하는 민주당은 변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과 여당의 민주당에 대한 강경한 입장은 지난 25일 대통령-당 지도부 만찬 간담회에서 교감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과 여당이 예산·입법 어려움에도 다시 맞서고 나선 것은 여소야대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다. 국정조사와 함께 이미 합의한 정부조직개편 정책협의체와 대선공통공약추진단, 인구위기·기후위기·첨단전략산업 특별위원회 구성 등을 고려한 것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입법 속도는 높일 수 있고, 설사 이 또한 뒤집힌대도 민주당에 ‘야당의 발목잡기’라는 비판을 제기할 수 있다.
종합하면 총선을 1년 앞둔 만큼 민주당에 주도권을 뺏기기보다는 여론전으로 돌파하는 전략으로 기운 것으로 보인다. 내달 중 진행될 전망인 윤 대통령의 국정과제 대국민보고대회를 통해 야당의 발목잡기 비판에 더욱 힘을 싣고, 여당이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해야 하는 이유라며 호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