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화천대유 자산관리 대주주인 김만배 씨의 ‘범죄수익 은닉’과 관련해 법무법인 태평양을 압수수색했다. 법무법인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례적인 만큼 법조계에서는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13일 대장동 개발사업 민간업자인 김 씨가 취득한 범죄수익의 은닉 혐의와 관련해 이날 오전부터 조력자인 최우향 화천대유 이사와 이한성 공동대표 등 3명을 체포하고 이들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밖에 태평양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태평양은 김만배 씨를 변호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씨 등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범죄 수익 은닉 정황을 발견하고 관련자 체포, 사무실과 관련 법무법인 사무실을 압수수색 했다”며 “혐의 내용 입증을 위한 증거자료를 확보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검찰은 (대장동 일당이) 대장동 사업을 통해 얻은 범죄수익 중 800억 원을 동결했고 범죄수익 은닉 등 추가혐의 발견해 강제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범죄 수익 은닉 규모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며 “사업에 흘러 들어간 자금관계를 추적하고 있고 구체적인 혐의 내용을 파악한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검찰의 로펌 압수수색이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관계자는 “법무법인을 압수수색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변호사와 의뢰인 간의 비밀 유지권이 보장돼야 하는데 검찰이 법무법인을 압수수색하고 의뢰인의 모든 자료와 정보를 털어 가면 과연 누가 변호사에게 믿고 사건을 맡길 수 있겠나”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검찰의 법무법인 압수수색이 처음은 아니다. 검찰은 2018년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해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강제징용 소송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낸 민사소송 관련 기록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에도 2019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가습기 살균제 판매업체 애경산업의 법률 대리를 맡은 김앤장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김 씨의 범죄 수익 은닉과 변호인들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이목이 쏠린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김 씨의 재산을 관리해줬다기 보다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며 도움을 줬을 수도 있다”며 “가령 이들의 자문 계약서에 ‘이런 방법으로 자금을 관리하는 것이 좋다’는 내용이 들어있다면 혐의를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