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적인 문제는 남녀노소가 없다보니 아동청소년들을 만날 때도 있다. 아동청소년 상담은 아동이나 청소년뿐만 아니라 부모들과의 상담도 함께 병행해야 하는데 부모들의 공통된 반응이 “우리 애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발달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늦되는 아이로 생각했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자녀들에게 나타나는 발달장애나 이상장애를 수용하거나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부모들의 마음이다. 예전에 만난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부모는 자녀에게 자폐스펙트럼 증상이 있었고 아이의 이상증상을 감지한 학교에서도 병원진료를 권하였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화를 냈다. 자신의 자녀가 ‘늦된 아이’라고 생각한 부모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라고 보았기에 병원진료를 선택하기보다는 시간과의 싸움을 선택했다. 그러나 이 부모의 진짜 마음은 내 아이에게 장애가 있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장애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부모는 1년만, 1년만 더 지켜보고 변화가 없으면 그때 정밀검사를 해보겠다고 했다. 귀한 자식인 만큼 이 부모의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을 늦추면 늦출수록 아이의 발달이 늦어지고 치료와 교육의 타이밍이 늦어진다는 걸 모르는 것 같아 무척 안타까웠다.
장애아든 비장애아든 자녀를 제대로 아는 것은 부모와 자식 간의 친밀감, 유대감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성장발달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어 건강한 아이로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되도록 빨리 발견하면 할수록, 치료와 교육 등 적절한 개입이 빠르면 빠를수록 건강한 아이로 성장할 수 있고 부모 자신을 위해서도 좋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부모가 처음 된 사람이라면 부모의 빠른 판단이 내 아이를 지킬 수 있음을 명심해 아이와 충분히 교감하고 소통하고 제대로 알아가는 시간을 많이 만들어가길 바란다.
김현주 서울 서대문구보건소 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