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 신용대표(은행장)에 이주형(사진) 전 예금보험공사 부사장이 공식 취임하면서 수협은행이 그동안 '족쇄'로 여겨왔던 예보와의 MOU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수협은 13일 오전 이주형 신용대표의 공식 취임식을 갖고 '신용부문(은행)을 재도약'을 선포했다.
하지만 이날 이 대표의 취임을 지켜보는 수협 내부의 시선은 한마디로 '기대반 우려반'이다. 그 이유는 행장추천위원회가 단독 후보를 추천한 강명석 전 수협 상임이사를 내치고 재공모를 통해 실세있는 외부인사를 영입했기 때문이다.
◆숙원과제 해결 위해 적과의 동침(?)
수협은 지난달 27일 총회에서 행추위가 단독후보로 추천한 강 전 상임이사를 조합장 찬반 투표 결과 36(찬성)대 53(반대)로 부결시켰다.
강 전 상임이사는 신용기획부장을 맡으며 신용사업 수익을 크게 늘렸고 해양투자금융부장 당시에도 수협을 해양투자금융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시킨 '일등공신'으로 내부적으로 남다른 호평을 받아온 인물이다.
이같은 공로를 모를 바 없는 수협 조합장들이 강 전 이사를 내치고 외부인사를 영입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나름대로 절실한 이유가 있다.
수협은행의 성장과 발전에 '족쇄'로 작용해 온 예보와의 MOU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고만고만한 내부인사로는 어림없다'는 비판론이 조합장들 사이에서 확산됐기 때문이다.
수협은 지난 외환위기 이후 경영이 부실해지면서 2002년 자본이 완전 잠식되는 사태에 이르렀다. 이에 정부는 예보를 통해 1조1500억원을 긴급 투입하고 수협의 정상화를 위해 신용부문(수협은행)을 분리하는 대수술을 감행했다.
더불어 수협은행이 경영정상화를 위해 예하 조합에 대한 지도사업, 즉 교육과 복지사업 등을 전면 제한하는 경영합리화 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로 인해 수협에 출자를 하고도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전국의 조합원들로서는 원통하기 짝이 없는 실정이다.
수협은 예보가 투입한 자본에 대해 오는 2015년부터 2027년까지 분할 상환할 예정이지만, 조합원들로서는 하루 빨리 우선상환 협상을 통해 MOU에서 벗어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따라서 조합장들은 이같은 조합원들의 원성을 반영해 지난 총회에서 단독후보로 추대된 강 전 이사 선임안을 부결시키고 결국 수협과의 MOU를 총괄했던 이주형 전 예보 부사장을 영입하기에 이르렀다. 즉 숙원과제 해결을 위해 '적장'을 새로운 수장으로 받든 셈이다.
◆반대 기류 여전...'MOU 탈피' 관건
하지만 행장 선임을 위한 임시총회에서 46(찬성)대 40(반대)의 결과가 보여 주듯 이주형 신임 행장에 대한 조합원들의 지지는 그리 녹녹치 않은 게 사실이다.
조합들의 과반수 지지를 간신히 확보하기는 했으나 임기중 MOU 탈피를 위한 진척된 결과를 보여주지 못할 경우 언제라도 지지기반이 무너질 수 있는 구조다.
수협 노조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MOU에서 탈피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수협 내부사정이 밝지 않은 외부인사 선임에 대해 강한 거부감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결국 이 행장이 예보측과의 협상에서 단기간 내 MOU 탈피까지는 어렵더라도 지도사업에 대한 규제완화를 이끌어 내지 못한다면 신임 행장에 대한 불신임은 금세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행장도 이같은 숙원과제에 충분히 알고 있는 만큼 임기 초기부터 예보측과의 협상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단 예보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에게 수협의 사정에 대해 이해를 구하고 대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행장은 취임식에서 "수산업과 어업인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수협이 협동조합의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협동조합의 금융기능과 상업금융 기능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리스크관리를 강화하여 신용사업(은행)을 재도약시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나 예보는 수협은행이 건전성을 확립하는 데 우선순위 두고 있어 이같은 요구에 얼마나 응할지는 사실상 의문이다.
따라서 내부 수장을 내치고 '적장'을 옹립한 수협은행이 소기의 목적을 얼마나 빨리 이루어낼 수 있을 지 이 행장의 행보에 조합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