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년’(壬寅年)이 하루 밖에 남지 않았다. 1년전 재계 총수들이 각각의 경영 목표를 담아 발표한 신년사, 한해동안 얼마나 지켜졌을까.
삼성·SK·현대차·LG그룹은 올해 초 최고경영진이 신년사에서 강조한 가치를 달성하기 위해 한 곳을 바라보며 숨 가쁜 한 해를 보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은 ‘기술혁신’을 통해 미래사업을 차분히 준비했고, SK와 LG는 각각 ‘친환경’과 ‘고객’을 화두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선도하는 데 집중했다.
2014년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이후 총수가 아닌 전문경영인이 신년사를 발표해 온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이 평소 강조해온 기술 경영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월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과 경계현 사장(DS부문장)은 “고객을 지향하는 기술의 혁신은 지금의 삼성전자를 있게 한 근간”이라며 “최고의 고객 경험(CX)을 전달하자”고 강조했다.
올해 삼성전자는 이 회장이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낙점한 ‘차세대 통신’에서 사업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지난 5월에는 세계적 석학과 전문가가 모여 차세대 통신 기술의 미래를 논의하고 공유하는 ‘제1회 삼성 6G 포럼’을 열어 기술 혁신을 주도했다. 또 하나의 미래 먹거리인 인공지능(AI)에서도 기술 혁신을 가속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AI 특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성균관대학교와 손잡고 채용연계형 계약학과인 ‘지능형소프트웨어학과’를 신설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미래사업 영역 스마트 솔루션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 위해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에서 적극적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자율주행과 관련해 현대차그룹은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여러 시범 서비스를 선보였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 직접 참석해 로봇개 ‘스팟(Spot)’과 함께 등장하는 등 로보틱스 비전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SK그룹과 LG그룹은 산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ESG 경영을 강조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 몰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ESG 전도사라는 별명에 걸맞게 올해 초 신년사에서 ‘2030년까지 탄소 2억 톤(t) 감축’을 약속했다. 비즈니스 모델(BM) 혁신을 통해 미래 저탄소 친환경 사업을 선도하겠다는 의지였다. 지난 8월 이천포럼 2022에서도 최 회장은 ESG 경영의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ESG 경영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로 이를 직접 실천할 방안을 찾으려고 한다”고 논의를 이어가기도 했다. 그 결과 SK는 한국 ESG평가원의 ‘2022 4분기 상장 대기업 ESG 평가’에서 2분기에 이어 최우수 등급인 ‘S등급’을 받았다.
각 계열사도 최 회장의 메시지 아래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SK는 지주회사 최초로 ESG 플랫폼을 구축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반도체 기후변화 대응 컨소시엄’ 창립멤버로 가입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 2019년 취임 후 첫 신년사에서 ‘LG가 나아갈 방향은 고객’임을 밝힌 이후 올해 신년사에서 고객 가치 경영 메시지를 구체화했다.
올해 LG전자는 고객가치 혁신에 전사 차원의 역량을 결집시켰다. 지난달 말 조직개편을 통해 본사 직속으로 CX(고객경험)센터를 신설했다. 이곳에서 고객경험 연구 강화, 전략 및 로드맵 제시, 전사 관점의 고객경험 혁신과 상품·서비스·사업모델 기획 등 고객경험 전반의 혁신을 주도할 예정이다.
LG전자는 고객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해 올해부터 ‘서비스 올림픽’과 품질평가단 ‘엘뷰어스’ 등 다양한 제도를 확대 시행했다. 서비스 올림픽은 올해부터 ‘고객 응대’와 ‘소형가전 수리 릴레이’ 종목을 신설해 고객가치 혁신을 꾀했으며, 엘뷰어스는 1000명에서 1500명으로 확대돼 더 많은 고객의 니즈를 반영했다.
LG디스플레이에는 중형CX그룹, 대형솔루션CX그룹을 만들었다. 고객 최접점인 고객서비스(CS) 분야에서 미국, 멕시코, 인도 등 해외 현지 고객의 불편사항 해결에 앞장서 온 장태진 LG전자 상무를 발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