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쪽에 머리 두고 눕히세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꼼꼼히 아기를 살피고 청진기를 몸에 대본다.
“괜찮나요?” 청진기를 귀에 꽂고 있어 아득히 들리는데 오늘에서야 아기를 마주한 아빠는 자신의 궁금증을 쏟아낸다. 간호사가 “지금 청진 중이셔서 안 들려요. 진찰 다 끝나고 질문하시면 돼요.” 친절히 말해주자 머쓱하게 웃는다.
진료가 다 끝나고 쓱쓱 간호사의 빠른 손놀림으로 속싸개를 싸매주면 아빠 엄마가 동시에 감탄사를 뱉어낸다.
“와! 대단하시네요. 저는 아무리 연습해도 저렇게 잘 안 되던데.”
궁금증들을 다 쏟아낸 뒤 아기가 건강하고 잘 크고 있다는 소리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다시 벌벌 떠는 손으로 아기를 받아 진료실 밖으로 나선다.
초보 부모들을 볼 때면 첫 아이를 낳았을 때의 내 모습이 떠올라 안쓰럽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 슬며시 웃음이 새어나온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엄마는 아주 다르다. 갑자기 전문의에서 초보 엄마가 되어버린 나는 내 아기 앞에서는 손을 벌벌 떨 수밖에 없었다. 소아과 교과서에는 속싸개 싸는 법이나 기저귀 가는 법은 없었다.
시간이 흘러 아기가 자라 생후 한 달째, 초보 아빠 엄마는 피곤에 찌든 모습으로 변화되어 나타났다. 아기는 토실토실 살이 오른 채, 아빠 엄마의 속도 모르고 방긋거린다.
“선생님, 우리 아기는 잠을 안 자요. 내려놓기만 하면 울어요.” 엄마가 울먹이며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하소연한다.
“이때는 아직 그럴 때예요. 시간이 약이에요.” 위로를 가득 담은 말을 전해본다. 점쟁이의 신묘한 점괘라도 들은 듯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다 집으로 돌아간다. 그들의 소중한 아기를 소중하게 잘 키워내기를 기도하며 곧 초보 티를 벗고 나타날 그들을 기다린다.유새빛 소아청소년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