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초보 부모에게 보내는 응원

입력 2023-02-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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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새빛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아기 울음소리가 귀한 시대다. 출산율 0.81의 시대에 살고 있으니 임산부나 신생아를 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 되었다. 산부인과 분만병원에 속한 소아과 진료를 보던 나야말로 아기 울음소리 듣기 어려운 이 시대에 원 없이 신생아를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다. 진료실 문이 열리고 산후조리원에서 막 나온 따끈따끈한 초보 아빠 엄마가 들어온다. 첫째인지 둘째인지 아기를 안은 자세에서 바로 알 수 있다. 국보급 도자기를 안고 있는 듯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아빠가 아기를 진료실 침대에 내려놓지도 못하고 나만 애타게 바라본다.

“이쪽에 머리 두고 눕히세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꼼꼼히 아기를 살피고 청진기를 몸에 대본다.

“괜찮나요?” 청진기를 귀에 꽂고 있어 아득히 들리는데 오늘에서야 아기를 마주한 아빠는 자신의 궁금증을 쏟아낸다. 간호사가 “지금 청진 중이셔서 안 들려요. 진찰 다 끝나고 질문하시면 돼요.” 친절히 말해주자 머쓱하게 웃는다.

진료가 다 끝나고 쓱쓱 간호사의 빠른 손놀림으로 속싸개를 싸매주면 아빠 엄마가 동시에 감탄사를 뱉어낸다.

“와! 대단하시네요. 저는 아무리 연습해도 저렇게 잘 안 되던데.”

궁금증들을 다 쏟아낸 뒤 아기가 건강하고 잘 크고 있다는 소리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다시 벌벌 떠는 손으로 아기를 받아 진료실 밖으로 나선다.

초보 부모들을 볼 때면 첫 아이를 낳았을 때의 내 모습이 떠올라 안쓰럽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 슬며시 웃음이 새어나온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엄마는 아주 다르다. 갑자기 전문의에서 초보 엄마가 되어버린 나는 내 아기 앞에서는 손을 벌벌 떨 수밖에 없었다. 소아과 교과서에는 속싸개 싸는 법이나 기저귀 가는 법은 없었다.

시간이 흘러 아기가 자라 생후 한 달째, 초보 아빠 엄마는 피곤에 찌든 모습으로 변화되어 나타났다. 아기는 토실토실 살이 오른 채, 아빠 엄마의 속도 모르고 방긋거린다.

“선생님, 우리 아기는 잠을 안 자요. 내려놓기만 하면 울어요.” 엄마가 울먹이며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하소연한다.

“이때는 아직 그럴 때예요. 시간이 약이에요.” 위로를 가득 담은 말을 전해본다. 점쟁이의 신묘한 점괘라도 들은 듯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다 집으로 돌아간다. 그들의 소중한 아기를 소중하게 잘 키워내기를 기도하며 곧 초보 티를 벗고 나타날 그들을 기다린다.유새빛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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