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 자금 출자(LP)와 운용(GP) 관련 이슈를 더 생생히 이해하기 위해 우리도 잠깐 상상 실험을 해보자. 내가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털과 같은 운용사(GP)에 몸담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대표이사도, 임원도, 주요 업무를 총괄하는 직위에 있는 팀장도 좋다. 그럼 자금을 운용하는 회사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필요한 것, 운용할 자금이 있어야 한다. 자금을 공급하는 기관투자자(LP)로부터 출자받기 위해서는 그들이 원하는 것부터 알아야 한다. 바로 전통적인 수익률과 더불어 최근 추가 요구 조건으로 급격히 부각되고 있는 스튜어드십 코드 기반의 지속가능투자다. 수익을 많이 내야 하는 것은 알겠는데 지속가능성, 책임 투자라는 것이 무엇을 챙겨야 하는 건지 모호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자금 출자자와 관계 당국을 비롯한 많은 이해관계자가 요구하고 있으므로, 반드시 챙겨야 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재무 성과와 더불어 지속가능 트랙 레코드가 있어야 투자 시 위험도 줄이고 성과도 추가로 높일 수 있고, 향후에 동일한 또는 다른 자금출자자의 추가 투자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구나, 싶으면 목적은 이해한 것이다.
진행이 순조로워 자금 유치에 성공했다. 믿을 수 있는 공동투자자도 만나서 성장 잠재력이 큰 기업(포트폴리오 회사)에 투자하게 됐다. 우리는 공동 주요 주주가 돼 회사를 경영에 직접 참여하게 됐다. 정기적으로 이사회에 참여하니, 회사 현황과 고객, 수익과 지속가능경영 관련 이슈까지 주요 사항들을 정기적으로 보고받는다. 재무 관련 사항은 그동안 잘 해왔던 것이므로 대처가 익숙하지만, 환경·사회·지배구조(ESG)는 아직 낯설다. 정보 공유나 참고 사항이라면 모르겠는데, 자금 출자자도 요구를 했던 터라 ESG 관련 사항에도 뭔가 의견을 내고 결정하고 조언해야 한다.
이때 국제적으로 검증된 기관의 요구사항들이 알고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를 기준으로, 회사에 적합하고 특화된 논점들을 추가 검토하면 되기 때문이다. 자금을 출자하는 기관투자자 연합으로 권위 있는 ILPA의 조사를 참조해서 적용해 보자. 자금출자자로서 가장 특단의 조치인 투자 철회(Walk Away) 이유가 강력해 보인다. 미국은 ESG Risk, 유럽은 ESG 성과 노력 여부다. 투자회사의 고객이 북미와 유럽 대륙 모두에 걸쳐 있다면, 미국은 지속가능 이슈들의 잠재된 리스크를 보다 중점적으로 검토하고, 유럽은 ESG 성과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개선하고 있는지를 KPI로 삼고 이를 집중적으로 관리하도록 보고받고 검토하는 것이 최우선일 것이다.
ESG KPI는 못하면 위험이 되지만, 잘하면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회사의 어떤 항목들을 KPI로 보면 될까? 다행히 근거가 있다. 전 세계 LP 출자자, GP 운용사, 포트폴리오 투자기업들을 포함한 103개 회사가 그동안 ESG KPI 자료로 가장 많이 요청받았다고 답변한 지표들이다. 바로, 이산화탄소(CO2), 양성평등(Gender), 보건 안전(Health & Safety), 반부패(Litigation & Corruption) 네 가지 이슈다. 아직 ESG 공시 법제화나 표준화가 일관되게 정착되기 전이므로, 이러한 사항들은 보고될 수도 있고, 누락될 수도 있다. 회사에서 잘하는 지속가능이슈 위주로만 보고할 수도 있다. 이때 이사진으로서 최소한 핵심 지표만큼은 현황과 모니터링을 요구해 보자. 전 세계적으로 주목하는 4대 지표인 만큼, 글로벌 트랜드에도, 자금출자자 요구에도 부합할 뿐 아니라 운용사들의 투자성과 점검에서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투자 완료 후에는 자금출자자 대상 사후 보고 시, 투자기업의 재무 수익률뿐 아니라 사회적 성과 창출 결과들을 제시할 수도 있고, 투자자뿐 아니라 출자자나 기업, 지역사회나 관계 당국 모두 활용할 수 있으니 보람도 크다.
나는 지금 상상체험 속 이사회 멤버다. 권한도 있지만, 무한책임투자자(General Partner, GP)란 이름만큼 회사와 투자 일반에 대한 책임도 막중하다. 최근 미국 아이스크림 회사나 한국의 건설회사 판례에서 보듯, 내가 몰랐어도 사업상 중대한 리스크(Mission Critical Risk)에 해당하는 ESG 이슈면 사내뿐 아니라 사외이사도 모두 법적 책임을 지는 시대다. 그러니 마지막으로 하나 더. 회사 이사회에 내부통제시스템의 실질적인 구축과 활용을 요구하고, 정기적으로 보고받고 특이 사항이 발생할 경우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 회사를 경영하는 동안 혹시 있을지 모르는 사고나 분쟁에 대해 회사와 이사 자신 모두를 지키고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이상, 사고 실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