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했던 규제 안 하면 모럴해저드 우려"
지난해 금융당국이 풀어준 차입 한도 규제 완화 조치가 내달 예정대로 종료된다. 유동성 위기에서 한숨 돌린 보험사들이 연장 요청을 하지 않았고, 금융당국도 불필요한 규제 완화는 모럴해저드 등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손해보험협회가 최근 전 보험사에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 일시적으로 허용해준 차입규제 완화에 대한 연장 여부 의견을 받은 결과 연장을 요청한 곳은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보험협회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이 불안정한 만큼 변수가 있을 순 있지만 현재로썬 연장 요청을 한 보험사는 없다”며 “중소형사도 채권을 팔면 충당 가능한 수준이라 내달 말이면 해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퇴직연금 ‘머니무브’는 연말 연초 이슈라 이미 지나갔고, 저축보험은 해지 물량보다 들어온 물량이 오히려 더 많았다”고 했다.
지난해 생보사 유동성 이슈가 불거지게 된 것은 2012년 하반기에 대규모로 판매한 저축성보험의 만기가 지난해 하반기에 도래한 데다 이 시기부터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급등, 저축성보험과 퇴직연금의 중도 해약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저축성보험 경쟁으로 현금을 확보했던 생보사들은 금리를 낮춰 소강상태로 접어들었고, 채권 매도도 매수세로 돌아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지난달 국채 등 채권을 3조4918억 원 순매도했다. 지난해 9월부터 석 달간(-6317억 원→-2조2319억 원→-3조5534억 원) 순매도했다가 12월에 1조2363억 원 순매수로 돌아섰다. 지난달 들어 순매도로 다시 돌아서고 있지만, 이는 금리가 빠른 속도로 내려가면서 채권 매각 이익을 실현하려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은 필요하지 않은 규제 완화를 지속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보험사들로부터 연장 요청을 받은 바 없다”며 “했던 규제를 하지 않게 된다면 모럴해저드와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이례적으로 ‘보험회사가 퇴직연금 환매 자금 마련을 위해 보험업법 제53조 제2항(차입 한도)을 한시적으로 위반해도 조치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보험사는 3월 31일까지 퇴직연금 특별계정에 의해 자산의 100분의 10의 범위를 초과해 차입하더라도 보험업법상 제재를 받지 않게 됐다. 또 환매조건부채권(RP) 발행 한도를 퇴직 계정의 10%에서 무제한으로 완화하는 조치도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당국의 발표 이후 보험사들은 RP 발행을 늘려 유동성 위기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유안타증권이 공개한 보험사 RP 매도 추이를 보면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7200억 원 수준이었던 보험사 RP 발행 금액이 11월 2조5400억 원, 12월 7조400억 원, 올해 1월 9조4600억 원까지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