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석학이 본 2023년] 루이스 “새 물가 압력 요인 수면 위로...부채 위험”

입력 2023-02-20 05:00 수정 2023-02-20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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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3-02-19 18: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이슈로 본 경제대전망

(1)세계 경제 석학이 본 2023년

(2)노동개혁으로 본 한국 산업 전망

(3)규제개혁과 2023 한국 부동산

(4)인플레이션으로 본 2023 한국 주식.채권시장

(5)가상자산의 부활 노리는 2023년

‘연준, 인플레 관리할 수 있다’ 환상서 벗어나야
한국 위기 관리, 낮은 세금·안정된 통화가 핵심
시장 ‘혼돈의 시기’ 좋은 기회일 수도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관리할 수 있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올해 들어 글로벌 금융시장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소리 없는 도둑’인 인플레이션의 기세가 한풀 꺾인 영향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올 첫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하는 ‘베이비스텝’으로 숨을 골랐다. 세계 경제는 잿빛 전망을 뚫고 시장의 바람대로 순항할 수 있을까. 통화정책 및 경제사 최고 권위자인 네이선 루이스는 19일 본지와 서면 인터뷰에서 들뜬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경제사를 돌아보면, 인플레이션은 다양하게 변주됐다. 원인이 달랐고, 그래서 결과도 같지 않았다. 전 세계를 집어삼킨 이번 인플레이션의 특징에 대해 루이스는 “두 요인이 물가를 밀어올렸다”며 “하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공급망 붕괴에 따른 수급 불일치이고, 다른 하나는 2020년 연준의 공격적 돈 풀기로 인한 전 세계적 통화 가치의 하락”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요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복합적 위기가 초래됐다는 의미다. 루이스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포브스와 최근 공동으로 펴낸 저서 ‘화폐의 추락’에서 물가 변동의 배경을 화폐·비화폐적 요인으로 나눠 설명한다.

구원투수가 딱히 없다는 점도 이번 인플레이션을 과거와 구별시킨다. 그는 “과거에는 한 요인을 다른 요인이 상쇄해주는 경향이 있었다”며 “2002~2011년 통화 가치가 4배 하락했지만 이민과 세계화 물결이 임금 및 가격 상승을 제한했다”고 예를 들었다.

‘까다로운’ 이번 인플레이션의 성격상, 최근 물가 지표만으로 향방을 섣불리 예단하면 안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루이스는 “작년 높은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주로 코로나 봉쇄, 타이트한 고용시장, 주택 공급 부족 등 비화폐적 요인과 관련됐다. 최근 수요-공급 문제는 풀리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올해 원자재, 특히 에너지와 식품 가격이 오를 수 있고 경기침체로 중앙은행들이 ‘이지머니’ 정책으로 돌아서면서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수요-공급 요인은 해소되겠지만 새로운 인플레이션 압력 요인들이 수면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소방수’를 자처한 연준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올해 연준이 어디까지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하느냐고 묻자, 루이스는 연준이 금리로 물가를 잡는다는 건 고정관념에 불과하다며 전제 자체를 뒤흔들었다. 그는 “연준이 할 일은 통화 가치를 안정시키는 것뿐이고 이는 금리를 조절하지 않고도 가능한 일”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불행하게도 연준이 생산적이지 않은 금리정책에 빠져들었고, 그중 하나가 CPI를 넘어서는 ‘양의 실질금리(positive real interest rate)’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서 인플레이션을 뺀 금리로, 정책금리가 물가상승률보다 높으면 ‘양의 실질금리’를 보이게 된다. 실제 랜들 퀼스 전 연준 이사는 최근 한 포럼에서 “양의 실질금리는 인플레이션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연준이 실질금리를 양수로 만들 것으로 전망했다.

루이스는 “비정상적인 초저금리 장기화로 초래된 과잉 유동성을 해결해야 한다”면서도 “(잘못된 개념에 도취된) 연준의 인위적이고 공격적인 금리 인상은 상당한 후폭풍을 낳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전 세계의 부채 팽창을 심각하게 평가했다.

그는 “2020~21년 많은 국가가 지출을 빠르게 늘리면서 부채가 위험한 수준에 올랐다”며 “금리 하락기에는 이자 비용이 줄어 버틸 수 있지만 금리가 오르면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심각한데도 부채한도를 놓고 아직도 씨름 중인 미국 의회에 대해 루이스는 “지출 정책의 대대적 수술이 필요하지만 이걸 다루기에 너무 무능하고 부패했다”고 일침을 가했다.

선진국의 부채 및 적자 문제가 곪아갈수록, 시장 개방도가 높은 한국도 위험에 빠진다. 불확실성이 팽배한 시대, 한국은 어떻게 위기를 관리해야 할까. 루이스는 강력한 경제성장 정책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낮은 세금’과 ‘안정된 통화’를 핵심으로 꼽았다. 그는 “부채가 늘고 적자가 악화하면서 정부들이 세금 인상으로 방향을 트는데 이는 기업과 경제에 독(毒)”이라며 “과거 낮은 세금의 대표주자였던 한국조차 1990년대 이후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율이 극적으로 올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GDP 대비 세수 비율이 20%를 넘지 않는 게 좋다”며 “한국이 홍콩과 싱가포르처럼 단일세제(Flat tax) 혹은 낮은 세율을 채택하면 강력한 경제성장, 통화 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루이스는 무엇보다 통화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걸 중시한다. 안정된 통화가 다른 성장정책과 결합하면 경제는 폭발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본다. 미국은 1971년 이전 ‘금본위제’를 통해 이를 달성했다. 오늘날 일부 국가들은 자국 통화를 달러나 유로에 연동(페그제)시켜 가치 안정을 꾀한다. 무역 비중이 높아 특히 환율 변동에 취약한 한국의 경우, 기업친화적이고 건전한 경제성장 정책으로 경제체질을 개선해 통화 안정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루이스는 조언했다. 현재 한국의 부채 부담(GDP의 46%)이 크지 않지만 최근 적자가 매우 커졌다고 지적한 그는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리한 지출을 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시장 참여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간결했다. 그는 “주식, 채권, 부동산 등 미국 자산 밸류에이션이 역사상 최고치를 찍고 조정을 겪고 있지만, 아직 끝은 아닐 것”이라면서 “그러나 혼돈의 시기는 좋은 자산을 좋은 가격에 사들이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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