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가 에스엠(SM)의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면 카카오와 협력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지원 하이브 최고경영자(CEO)는 21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카카오가 경영권에는 관심이 없다는 전제 하에 해당 사업적 제휴 내용이 SM에 도움이 된다면 우리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박 CEO는 “우리는 SM 지분 인수를 적대적 M&A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최대 주주(이수만)의 지분을 상호 합의로 인수했기 때문이고, 소액 주주에게도 최대 주주와 동일한 조건으로 공개매수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사실 현재의 SM 경영진과도 적대할 의도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박 CEO는 이날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아직 법원 판결 전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만약 카카오와의 파트너십이 SM 주식의 가치를 더 높일 방법이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 CEO는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 파트너스가 “하이브의 SM 공개매수 가격 12만 원은 너무 낮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선 “SM은 제조회사가 아니다. 얼라인의 논리가 맞는다면 그 어느 엔터테인먼트·게임회사도 주가를 올리기 위해 콘텐츠를 무한 확장할 수 있다”며 “그러나 그런 식으로는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하이브는 지난 10일 SM 최대주주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을 인수하며 1대 주주에 올랐다. 앞서 이 총괄은 SM 현 경영진이 카카오에 대해 유상증자·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것과 관련, 서울동부지방법원에 SM을 상대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접수한 바 있다.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하면 카카오의 SM 지분 취득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반면, 기각되면 카카오의 지분 확대로 하이브와의 경영권 공방이 가열될 전망이다.
하이브는 이수만 대주주의 지분(14.8%)에다 다음 달 1일까지 SM 발행주식 총수의 25%(595만1826주)를 주당 12만 원에 공개매수해 최대 39.8%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SM의 주가가 12만 원을 넘어서면서 주주들의 공개매수에 응할 유인이 사라졌다.
한편, 하이브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7780억 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전년보다 41.6% 증가한 규모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4.9% 증가한 2377억 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