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은행의 지난 2월(과거 3개월 신규 취급·만기연장 기준) 중소기업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6.64%로 1월 5.16%보다 1.48%p(포인트) 상승했다.
최근 대출 잔액이 늘면서 중소기업들의 이자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지난달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599조8678억 원으로 전월(598조1211억 원) 대비 1조7467억 원 늘었다. 지난 1월 감소했던 대출 잔액은 한 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연체율 또한 상승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 은행의 지난 1월 기준 기업 신규 대출 연체율은 0.10%까지 올랐다. 지난 2022년 1월(0.05%) 대비 2배 증가했다.
중소기업들의 대출 수요는 당분간 증가할 전망이다. 올해 경기 둔화로 유동성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늘어난 데다, 회사채 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박찬우 KDB미래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기업 대출 수요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경기 둔화에 대비한 유동성 확보 노력, 직접 금융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애로 등으로 기업 대출 수요는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고통이 커지자 당국은 은행권의 ‘실질적인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고금리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 서민·중소기업 차주들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은행권이 보다 실효성 있고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시중 은행은 연일 지원방안을 내놓고 있다. 하나은행은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으로 한 ‘안심 고정금리 특판대출’을 신규 출시한다. 연체로 어려움에 부닥친 중소기업에 대해 한시적으로 대출금리를 인하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인력과 자본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 ESG 경영을 지원하고 기업컨설팅 서비스를 강화한다. 신한은행은 기술보증기금에 특별출연 50억 원과 보증료 지원금 10억 원, 총 60억 원을 출연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금리 인하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소기업단체협의회가 지난달 중소기업·소상공인 300개 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금융기관 대출 때 겪었던 애로사항(복수 응답)에 대해 ‘높은 대출금리’라는 응답이 85.7%로 가장 많았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IMF(국제통화기금) 위기 때 은행들이 대규모 공적자금으로 위기를 극복한 만큼 지금처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힘들 때 금융권이 먼저 대출금리를 적극적으로 인하하는 등 상생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대출금리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신용평가를 일시 중단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석용찬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이 줄면서 신용등급이 떨어졌고,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졌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인 신용 하락은 신용평가에서 제외하거나 유예만 해도 금리 인상을 자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중소기업 대출에서 금리가 5% 이상인 대출의 비중은 28.8%로 나타났다. 2021년보다 무려 9.6배 커졌다. 5% 이상 금리 비중은 코로나 직전인 2019년 8.6%에서 2020년 3.6%, 2021년 3.0% 수준으로 내리 떨어졌지만, 지난해 30% 가까이 급증했다.
다만 은행권은 중소기업의 신용평가를 유예하는 것은 무리라는 반응이다. 은행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를 위해 신용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 은행별로 세밀한 기준으로 신용도를 평가하기 때문에 어려운 중소기업에 일괄적으로 신용평가를 유예하는 방안은 여러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