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SNB 통해 CS에 15억 달러 투자
UBS 인수되면서 투자금 80% 잃게 돼
카타르·사우디 올라얀가문도 투자 손실 추정
사우디는 지난해 전까지만 해도 외국은행에 크게 투자를 하지 않았지만, 탈(脫)석유 산업 다각화 정책 기조에 따라 글로벌 대형은행 투자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CS 투자의 연결고리는 사우디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와 CS가 구원 투수로 영입한 마이클 클라인이었다. 클라인은 아람코 상장의 1등 공신으로 사우디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친분이 깊다. 이에 클라인이 CS의 투자은행(IB) 부문인 퍼스트보스턴의 최고경영자(CEO)로 자리를 옮기는 과정에서 PIF가 사우디 최대 은행인 사우디국립은행(SNB)을 연결해줬고, 이는 곧 CS에 대한 지분 투자로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반대의 목소리도 나왔지만, 왕세자 지시에 따라 투자는 단행됐고, SNB는 단숨에 CS의 최대 주주가 됐다. 여기에는 CS 투자를 통해 글로벌 은행 산업에 화려하게 진출해 투자 강국으로 발돋움하려는 빈 살만 왕세자의 계산이 깔려있었다.
하지만 SNB가 지난 15일 경영 위기설이 불거진 CS에 추가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지 일주일 만에 UBS에 인수되면서 SNB는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가 넘는 손실을 보게 됐다. UBS의 구제 인수에 수반하는 주식 교환으로 SNB가 보유하고 있던 CS 주식 가치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CNBC에 따르면 이번 인수로 CS 주주는 22.48주당 UBS 1주를 교환 받게 된다. CS 주가는 현재 0.76스위스프랑(약 1070원) 정도인데, 이는 일주일 전 가격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SNB는 지난해 CS 유상증자에 참여했을 당시 주당 3.82스위스 프랑에 지분 9.9%를 취득했던 점을 감안하면 약 80%의 손실을 본 셈이다. 당시 투자 총액은 미화로 15억 달러였다.
이번 사우디의 막대한 손실은 중동 국가들이 서구 은행과 헤지펀드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봤던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데자뷔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외교협회(CFR)에 따르면 당시 사우디와 쿠웨이트, 카타르 등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 6개국의 해외 투자 자산이 1000억 달러 증발했다.
WSJ는 SNB 외에도 사우디 재벌인 올라얀 가문과 카타르도 CS 사태로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카타르와 올라얀 가문은 2011년 CS에 투자했다. 특히 카타르는 45억 달러가 넘는 투자금을 CS의 신종자본증권(AT1)으로 전환했었다. 이 회사채는 UBS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현재 상각 처리돼 휴짓조각이 됐다. 다만 카타르가 현재까지 AT1을 들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