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운용 수익률을 1%포인트(p) 높이면 적립금 소진시기가 5년 늦춰질 것으로 분석됐다. 합계출산율은 부과방식 비용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불확실성이 큰 수익률·출산율을 높여 국민연금 재정안정을 도모한다는 건 현실성이 떨어진다. 결국, 보험료율 인상을 동반한 제도 개혁이 유일한 해법이란 게 정부 판단이다.
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31일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 발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국민연금 제도 개혁 논의에 착수했다. 국회 연금개혁 특별위원회 운영기간 중단됐던 간담회·토론회 일정도 재개한다.
복지부는 앞선 추계에서 국민연금 적립금이 2055년 소진될 것으로 예상했다. 국민연금 재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기금투자 수익률과 합계출산율이다.
먼저 기금투자 수익률이 기본전제인 4.5%에서 1%p 오르면 적립금 소진 시기가 2060년으로 기본전망보다 5년 미뤄질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보험료율 2%p 인상과 같은 효과다. 출산율은 적립금 소진 시점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부과방식 비용률을 큰 폭으로 변화시킨다. 부과방식 비용률은 급여지출을 당해 보험료 수입만으로 충당한다고 가정할 때 필요한 보험료율이다. 복지부는 출산율이 1.40명으로 오를 때 2070년 부과방식 비용률이 29.5%에 머물지만, 출산율 0.98명에 국제이동까지 감소하는 초저출산이 계속되면 42.0%까지 오를 것으로 봤다.
수익률과 출산율을 끌어올려 재정건전성을 높이는 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 수익률을 높이려고 위험자산 투자를 늘리면 그만큼 손실 가능성도 커진다. 0.7명대까지 떨어진 출산율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특히 수익률·출산율이 올라도 적립금은 소진된다. 근본적인 대안은 적립금 소진 시기를 먼 미래로 늦추고, 그때까지 여유를 갖고 연금 제도를 재정비하는 것이다. 관계부처 관계자는 “수익률을 높이는 건 그것대로 의미가 있지만, 추계가 보여주는 건 연금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회는 29일 연금특위에 제출한 경과보고서에서 보험료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소득대체율에 대해선 ‘현행 유지’ 입장과 ‘상향’ 입장을 병기했다. 가입연령, 수급 개시연령 상향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 같은 국회 논의는 향후 정부 개혁안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변수는 국회의 태도다.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 일정 등을 고려할 때 정부 개혁안이 제출돼도 실제 처리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