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압력에 이통사들 시늉만…통신비 완화 효과 없을 것" 지적
이통3사 "망사용료ㆍ대규모 투자, 요금 낮추는 데 한계 있어" 항변
이동통신3사가 가계 부담 차원에서 중간요금제를 내놨지만 정작 소비자의 반응은 시원찮다. 국민들의 통신비 부담 완화하겠다는 정부의 취지가 무색하게 요금 단가가 여전히 높고 동영상 시청 비중이 높은 이용자들의 변화된 사용 패턴을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간요금제 확대로 그동안 취약했던 30GB~100GB 구간의 요금제를 세분화해 이용자들의 통신요금 선택권을 확대하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지만 실질적으로 가계 부담 완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통3사가 출시한 중간요금제를 뜯어보면 기존 요금제에 비해 사용량은 대폭 줄어든 반면 가격은 소폭 인하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통신사들은 일반적으로 비싼 요금제일수록 데이터 1GB당 요금이 낮아지는 구조이고 회선과 인프라 유지 기본료 때문에 가격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을 활발하게 시청하는 5G 이용자들의 스마트폰 소비 패턴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휴대폰을 통한 플랫폼 콘텐츠의 시청 비중은 2012년 0.5%에서 2021년 8.9%로 증가했다. 특히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 휴대폰을 통한 시청 비중은 넷플릭스가 국내에 진출한 2017~2018년을 기점으로 증가 폭이 두드러졌다.
반면 중간요금제에 적용되는 데이터 소진 후 속도제어(QoS)를 살펴보면 3Mbps를 제공하는 LG유플러스의 95GB(6만8000원) 요금제를 제외하고 모두 1Mbps다. 1Mbps로 20MB 용량의 사진 한 장을 다운로드 받기 위해 2분 40초 소요된다. 넷플릭스의 경우 SD(480P)해상도 권장속도가 3Mbps이기에 1Mbps로 원활히 시청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이 때문에 '어중간한' 중간요금제를 출시하면서 고가 요금제 가입을 유도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는 “중간요금제가 실제로 요금제 절감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면서 “정치적 압력에 이통사들이 화답하는 시늉을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금제 비싼 이유는 투자 때문?...“유통 간소화·신규 플레이어 진입 필요”
알뜰폰 시장에서는 ‘통신요금 0원’과 같은 파격적인 요금제까지 나오는 판국에 이통사는 5G 망사용료를 비롯한 대규모 투자비용 때문에 요금제를 낮추는데 한계가 있다고 한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내 휴대폰 유통시장에서 이통사 판매망의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정한 유통단계가 시장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유통단계별 경쟁사간 차별성이 낮을수록 사회 후생이 감소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김민철 통신전파연구본부장은 지난 1월 영상보고서를 통해 “국내 휴대폰 시장의 유독 복잡한 유통구조, 즉 고객을 호갱(호구 고객)으로 만드는 현상의 근본 원인은 이동통신사 간의 차별성 부족, 각 유통단계별 경쟁의 부족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정부에서 최근 통신시장을 들여다보는 배경에도 유통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 의존도가 높은 휴대전화 단말기 유통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시장 분석에 나섰다.
이성엽 고려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도 “현재 이통시장은 경쟁이 제한된 구조”라며 “통신요금을 인하하기 위해서는 대리점 역할이 축소되는 등 유통단계를 간소화해야 한다. 정부가 개입하기 보다는 더 많은 플레이어가 경쟁을 하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