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수출로 부활하는 르노…“車운반선도 모자라 컨테이너까지 동원해요”

입력 2023-05-18 18:00 수정 2023-05-19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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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수출 전략형 XM3 통해 본격 부활
전세계 르노 생산거점中 품질 최고수준
2교대로 1시간 45대, 최대 60대 가능해
선박 모자라 대형 컨테이너까지 동원해

▲르노코리아 부산공장 수출 야적장 모습. XM3(수출명 아르카나)는 유럽으로 매달 1만 대씩 수출된다. 수출수요는 폭증하는 반면, 자동차 운반선이 부족해 컨테이너선까지 동원하고 나섰다.  (사진제공=르노코리아)
▲르노코리아 부산공장 수출 야적장 모습. XM3(수출명 아르카나)는 유럽으로 매달 1만 대씩 수출된다. 수출수요는 폭증하는 반면, 자동차 운반선이 부족해 컨테이너선까지 동원하고 나섰다. (사진제공=르노코리아)

차를 컨테이너에 실어서 수출하는 경우가 꽤 있어요. 물량이 적은 신흥국에 수출하거나, 시장 진출 초기에 초도물량 보낼 때도 컨테이너 이용하기도 합니다. 초호화 고급차 브랜드는 오히려 컨테이너 수출이 더 많아요.

17일 오후 르노코리아자동차 부산공장 수출 야적장 한켠. 조심스럽게 XM3(수출명 아르카나)가 대형 컨테이너에 오르고 있다. 좁아터진 컨테이너 안에 차가 미끄러지듯 들어간다. 컨테이너 하나에 차를 3대 채워 넣는 과정은 빠르고 신중했다.

신기한 모습에 마냥 입만 벌리고 있으니 르노코리아 관계자가 컨테이너 수출의 현황을 조목조목 소개한다. "자동차 운반선을 이용하되 배편이 모자라다보니 컨테이너까지 동원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자동차 수출!" 하면 떠오르는 장면은 하나같이 똑같다. 먼저 넓게 뻗은 수출부두에 수천 대의 신차들이 나란히 코끝을 맞추고 서 있다. 그 뒤로 부두에 정박한, 커다란 자동차 운반선이 배경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한쪽에서는 수출차들이 숨 가쁘게 대열을 맞춰 운반선에 오른다. 이런 장면이 일반적이다.

▲르노 XM3(수출명 아르카나)는 데뷔 초기 전세계에서 한국과 러시아에서만 생산했다. 러시아는 자국 수요를 위해 보급형 아르카나를 생산했으나 이제 이마저도 중단했다. 현재 르노코리아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아르카나'를 생산하는 전초기지다. 여전히 수출의 90%는 자동차 운반선이 맡고 있으나 이마저도 부족한 상황이다.  (사진제공=르노코리아)
▲르노 XM3(수출명 아르카나)는 데뷔 초기 전세계에서 한국과 러시아에서만 생산했다. 러시아는 자국 수요를 위해 보급형 아르카나를 생산했으나 이제 이마저도 중단했다. 현재 르노코리아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아르카나'를 생산하는 전초기지다. 여전히 수출의 90%는 자동차 운반선이 맡고 있으나 이마저도 부족한 상황이다. (사진제공=르노코리아)

물론 르노코리아 역시 마찬가지다. 수출 전략형 SUV인 XM3가 유럽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다 보니 부산공장은 쉼 없이 돌아가고, 내수 판매보다 더 많은 물량을 수출로 내보내고 있다.

지난해 르노코리아는 국내외에 총 16만8000대를 팔았다. 코로나19 이전이었던 2018년 이후 최대치. 그동안 닛산 로그를 생산 대행하며 곳간을 채웠으나 이 모델이 단종되면서 한동안 부침을 겪기도 했다.

빈자리를 채운, 효자 중의 효자 모델이 바로 XM3다. 전체 16만8000대 가운데 XM3가 차지하는 물량이 12만 대에 육박할 정도다.

▲대형 컨테이너 하나에 총 3대의 XM3를 싣는다.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의 구조를 찾았고, 장기간 운항에도 견고하게 차를 지탱할 수 있는 구조물 역시 르노코리아가 짜냈다.
▲대형 컨테이너 하나에 총 3대의 XM3를 싣는다.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의 구조를 찾았고, 장기간 운항에도 견고하게 차를 지탱할 수 있는 구조물 역시 르노코리아가 짜냈다.

컨테이너에 XM3를 채워 넣는 방식은 독특하다.

먼저 ①번 차가 후진으로 도약대를 거슬러 올라가 컨테이너 앞에 선다. 잠시 후 기막힌 운전 솜씨로 차를 미끄러지듯 컨테이너 안으로 밀어 넣는다.

그다음 컨테이너 내부에 경사 구조물을 세운다. 이미 들어가 자리를 잡은 ①번 차의 보닛과 앞 유리 위에 약 40도 경사의 고정 지지대를 설치한다.

뒤이어 들어서는 ②번 차는 반듯하게 진입한다. 그리고 앞서 설치한 고정 지지대 위로 단박에 올라선다. 흡사 앞머리를 하늘로 치켜세운 모습이다. ①번 차의 위에 ②번 차가 몸을 반쯤 걸치는 구조다.

마지막으로 반듯하게 진입한 ③번 차가 앞머리를 끝까지 밀어 넣으면 작업은 끝난다. 3대의 XM3가 약 15cm 간격을 두고 촘촘하게 컨테이너 하나를 가득 채우는 셈이다.

이렇게 컨테이너 하나에 차 3대를 채워 넣기까지 약 20분이 걸린다. 처음에는 1시간이 넘게 걸렸던 작업이다. 이렇게 컨테이너에 채워 넣은 XM3는 이제 목적지인 프랑스 현지로 출발하게 된다.

▲컨테이너에 채워지는 르노 XM3의 모습. 넘치는 주문에 현재 유럽 수출의 10%는 이처럼 컨테이너까지 동원하고 있다.  (사진제공=르노코리아)
▲컨테이너에 채워지는 르노 XM3의 모습. 넘치는 주문에 현재 유럽 수출의 10%는 이처럼 컨테이너까지 동원하고 있다. (사진제공=르노코리아)

르노코리아가 컨테이너를 통해 차 수출에 나선 이유는 넘치는 인기에 비해 선복, 즉 자동차 운반선의 빈자리가 모자라기 때문이다.

르노코리아는 현재 전체 수출물량의 약 90%를 대형 자동차 운반선으로 보내고 있다. 이것도 모자라 컨테이너까지 동원해 현지 수요에 대응 중이다.

컨테이너 운임이 상대적으로 자동차 운반선보다 저렴하다. 그러나 선적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운반 과정 등을 고려하면 큰 차이가 없다는 게 해운 업계의 전언이다.

나아가 자동차 운반선은 부정기적이지만 컨테이너는 정기적으로 특정 루트를 오고 간다. 타이밍만 정확하게 맞는다면 자동차 운반선 못지않게 현지에 빠르게 도착할 수 있다.

르노코리아에서 물류업무를 맡고 있는 이선희 담당은 오늘도 '컨테이너 수출 확대'를 위해 밤잠을 줄이고 있다. 현재 프랑스를 비롯해 일부 국가만 컨테이너로 수출하고 있는데 이를 다른 국가로 더 확대할 수 있을지 타진 중이다.

“수출차 3대를 컨테이너에 싣는데 약 20분 정도가 걸려요. 올해만 전체 수출 물량의 약 10%를 컨테이너로 보내고 있습니다. 오늘 컨테이너 (상차)작업차는 프랑스로 가게 돼요. 앞으로 컨테이너로 수출할 수 있는 국가를 더 확대할 계획이에요.”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은 글로벌 르노그룹 전체 생산설비 21곳 가운데 조립 품질로 1~2위를 다투는 곳이다.  (사진제공=르노코리아)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은 글로벌 르노그룹 전체 생산설비 21곳 가운데 조립 품질로 1~2위를 다투는 곳이다. (사진제공=르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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