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상당수 해소에도 신차 가격 여전히 올라
기업들이 마진 위해 고급차에 집중한 탓
중간계층 고객도 사라지면서 문제 심화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에도 완고한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시장의 최대 고민거리 중 하나로 꼽힌다. 이런 완고한 인플레이션의 배경에 자동차가 있다고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분석했다.
2021년과 2022년 초 글로벌 운송 차질과 반도체 부족, 공장 폐쇄 등이 강력한 수요와 동시에 일어나면서 자동차 가격을 급격하게 상승시켰다. 당시 이코노미스트들은 공급망 문제가 해결되고 연준이 금리를 높이면 자동차 가격도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여전히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4월 중고차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7% 하락했지만, 신차 가격은 5% 상승했다. 미국 전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5%를 기록했다.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이 공식적으로 끝났음에도 완성차 업체들은 여전히 생산을 줄이고 있으며 수익성이 더 좋은 고급차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이들은 2021년 기록한 마진을 유지하기 위해 이 같은 조처를 하고 있다. 게다가 소비자들은 비싼 가격에도 소비를 멈추지 않으면서 인플레이션을 높이고 있다.
T.로프라이스의 브렐리나 우루치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순조로운 하락세를 보이진 않는다”며 “현재 흐름엔 많은 특이한 요소들이 있고 그중 일부는 팬데믹 이후 수요와 관련된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여기서 가장 큰 질문은 (자동차) 기업들이 가격 경쟁을 시작하느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자동차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가격 인하는 이들에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라고 NYT는 짚었다.
팬데믹 시기 혼란에 중간계층을 대상으로 한 공급이 줄어든 것도 주원인으로 꼽힌다. 과거 이들은 몇 년에 한 번씩 차를 바꾸곤 했지만, 최근 시장에 고급차가 집중적으로 출시된 탓에 구매하지 못하고 가격이 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미국 중서부에서 자동차 대리점을 운영하는 스콧 쿠네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우리가 보고 있는 건 중간계층의 부재”라며 “기준금리가 고급차에 대한 접근을 더 어렵게 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사람들이 돌아다니는데 필요한 더 싸고 작은 기본적인 자동차를 포기했다”고 지적했다.
희망적인 부분도 있다. 자동차 평가기관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지난 두 달 동안 자동차 평균 가격은 하락했다. 중고차 가격 지표인 만하임지수는 5월 첫 2주간 전월 대비 2.1%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자동차 기업들은 소비자에게 더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가격 경쟁을 먼저 시작한 전기자동차 가격도 최근 몇 달 동안 하락세다.
모건스탠리의 애덤 조나스 자동차 애널리스트는 “중단기적으로는 더 많은 재고가 유일한 해답”이라며 “일본과 한국에서 반도체 부족이 끝나가고 있다는 얘기가 있지만, 몇 달이 걸릴 것”이라며 “딜러들은 빡빡한 여름을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