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수출 의존형 국가다. 그 ‘수출 한국’호의 엔진이 식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어제 ‘무역특화지수 분석을 통한 수출 경쟁력 점검’ 자료를 통해 경쟁력이 흔들리는 조짐이 역력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전체 교역품목 1221개 가운데 수출특화 품목은 375개(30.71%)에 그쳤다. 이 품목은 2013년 1216개 교역품목 중 401개(32.98%)였다. 수출특화 품목이 10년 만에 26개(2.27%p) 감소한 것이다.
전경련이 분석한 무역특화지수란 상품 경쟁력을 수치화해 비교우위를 가늠하는 지표다. 수출특화 품목은 수출이 수입보다 많은 품목을, 수입특화 품목은 그 반대를 의미한다. 수출특화 비중이 커야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많이 가져, 무역 거래를 통해 국부를 늘릴 수 있다는 뜻이다. 이 품목이 10년 동안 폭발적으로 늘어도 시원치 않을 판국에 외려 줄고 있다. 이렇게 되면 수출 기업의 수익창출 능력은 약화하고, 일자리는 줄어들게 마련이다. 국부 또한 쪼그라들게 된다. 적색등이 켜진 셈이다.
수입특화 품목은 2013년 815개(67.02%)에서 지난해 846개(69.29%)로 31개 늘었다. 이 역시 바람직하지 못한 통계다. 특히 2013년 773개에 그쳤던 대중국 수입특화 품목은 지난해 918개로 증가했다. 대중 교역이 발등의 불이란 사실을 알 수 있다. 대중 수출 상위 10대 품목만 봐도 정유·화장품을 제외한 반도체 등 9개 품목의 경쟁력이 떨어졌다.
수출 한국의 현주소를 일깨우는 지표는 이것 말고도 많다. 4월 기준 수출은 7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기록 중이고, 무역수지도 10개월째 적자행진을 보이고 있다.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보다 0.3% 증가해 가까스로 2분기 연속 적자를 면했지만,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수출 기여도는 4분기 연속 마이너스다. 외환위기 이후 최장 기록을 경신 중이다. 국가적 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17일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를 열어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미덥지가 않으니 탈이다. 범정부 차원의 결의가 차고 넘친다 해도 정교한 실행 파일이 없다면 수출 전선에서 고전 중인 기업들에는 아무런 힘이 되지 못한다. 전경련 측은 어제 “한미, 한일 간 협력 등을 활용해 글로벌 수요가 큰 고부가가치 제품군을 주력 품목으로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초격차 강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에 집중해야 한다”는 훈수도 내놓았다. 당국은 이런 조언과 기업 애로에 귀를 기울이면서 새길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