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백지화를 선언한 다음 날인 7일. 경기도 양평군 강산면 병산리 주민 임 모(61) 씨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 소식에 믿을 수 없다는 반응과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임 씨는 “오랫동안 기다렸고 잘 추진되는 줄만 알았던 사업이 정치싸움으로 한순간에 물거품이 돼 화가 날 뿐”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그동안 교통체증으로 주민들이 얼마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아느냐”며 “서울과 오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인 6번 국도는 주말이면 항상 막혀 있어 고속도로가 들어서면 해결될 줄 알았는데 이제 주민들은 어쩌면 좋냐”고 안타까워했다.
다른 60대 주민 이모 씨도 “고속도로가 생기면 양평으로 사람들이 유입돼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것을 기대했는데 이제 완전히 물거품이 된 것 아니냐”면서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지난 6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에서 서울-양평고속도로 백지화를 선언했다. 국토부가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마친 기존 안을 뒤집고 노선을 변경해 추진에 나서자, 더불어민주당이 김건희 여사 일가에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2021년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노선의 종점이 지난 5월 기존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변경됐다. 변경된 노선의 종점인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에 김 여사 일가의 땅이 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고속도로 사업의 기존 안인 양서면에 사는 주민은 변경안으로 바뀌더라도 일단 양평에 고속도로가 들어오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주민 김 모(65) 씨는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마치며 잘 추진되던 사업이 갑자기 노선을 변경하더니 이번에는 아예 백지화하겠다는 것은 양서면 주민들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치는 정치로 잘 해결하고 주민의 어려움을 고려해 사업을 재개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양평군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조 모 씨는 “고속도로로 차가 드나드는 나들목(IC)과 달리 다른 고속도로로 갈아타는 분기점(JCT)이 들어서기 때문에 땅값에 크게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노선과 관계없이 어디로든 고속도로가 들어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해당 사업 추진에 공을 들였던 양평군도 이번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다. 지난 6일 전진선 양평군수는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 중단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양평군 관계자는 “기존 안과 변경안을 놓고 이견이 있긴 했지만 결국 양평군민에게 이익이 되는 고속도로 사업이었다”며 “그동안 도로 정체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기대했던 주민들에게 이번 백지화 결정은 굉장히 아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