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가치 제고” 辛 회장 주문에도…경영성과 뒷걸음질
위기감 속 18일 롯데월드타워서 하반기 VCM 예정
롯데그룹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최근 계열사의 신용등급이 잇따라 하락한 데다 재계 순위 5위 자리까지 포스코그룹에 뺏겼다. 롯데그룹은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의 업황 부진이 컸다는 평가지만, 올해 초 신동빈 회장의 ‘기업 가치 제고’ 주문이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에 따르면 이들은 최근 롯데 계열사의 무보증사채 신용도를 하향 조정했다. 3사 모두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을 기존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낮췄다. 대규모 투자로 인한 재무 부담 증가와 현금 창출 능력이 떨어졌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주요 계열사들도 잇달아 신용등급이 뒷걸음질 쳤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롯데지주와 롯데쇼핑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하락했다. 롯데캐피탈, 롯데렌탈, 롯데물산은 A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떨어졌다. 롯데지주와 롯데쇼핑의 신용도 하락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에서도 동일했다.
특히 한국신용평가는 롯데지주의 자회사인 코리아세븐의 신용등급을 기존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코리아세븐의 신용등급이 A급으로 하락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그룹은 굳건했던 재계 순위 5위 자리도 포스코그룹에 내줬다. 공정거래위원회의 2023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올해 자산총액은 129조7000억 원이다. 전년 대비 6.6%가 증가했지만, 롯데그룹은 포스코그룹(132조1000억 원)에 밀리며 재계 순위 6위로 추락했다. 롯데그룹이 5위 자리에서 밀려난 건 13년 만이다.
이를 두고 재계 일각에선 올해 상반기 신 회장이 각 계열사에 내린 주문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 1월 상반기 VCM(구 사장단회의)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회사가 돼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주문했다.
‘기업 가치를 높이라’는 그의 주문에도 올해 기업가치가 오히려 뒷걸음질 친 만큼, 오는 18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리는 하반기 VCM에선 신 회장의 고강도 자구책 마련 지시가 나올 전망이다.
하반기 VCM에는 신 회장 비롯해 이동우 롯데지주 부회장, 김교현 롯데케미칼 부회장, 김상현 롯데쇼핑 부회장, 이영구 롯데웰푸드 사장 등 계열사 70~80여명의 임원이 참석할 예정이다. 올해 첫 VCM에 참석했던 신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 배석도 유력하다. 최근 건강이 악화된 이완신 롯데호텔 HQ총괄대표의 참석은 불투명하다.
주요 계열사의 신용도 하락과 관련해 롯데그룹은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의 업황 부진에 따른 영향으로 각사의 펀더멘탈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케미칼이 포함된 화학HQ는 롯데그룹 전체 매출액의 34%를 차지한다. 신용평가사는 핵심 계열사의 유사시 계열 지원 가능성을 평가에 반영하는데, 최근 롯데케미칼의 실적 부진 상황이 타 계열사의 신용등급에도 미쳤다는 게 그룹 측 설명이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평상시에는 롯데케미칼의 신용도가 높다 보니 다른 계열사들도 신용등급을 한 등급씩 상향됐었다”면서 “케미칼 업황이 안 좋아지면서 현금 창출을 생각보다 잘하지 못해 비롯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롯데케미칼의 영향을 받지 않은 코리아세븐은 미니스톱 인수 이후 발생한 일시적 상황이란 설명이다. 코리아세븐 관계자는 “미니스톱 인수 후 통합 작업(PMI),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가다 보니 적자가 커진 상황”이라면서 “통합 작업 완료 이후 재무적 성과도 많이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