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부터 10여 년 가까이 이어진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과 대한변호사협회(변협) 간 갈등이 법무부의 판단 유보로 명확히 결론을 내지 못하고 또다시 미뤄지게 됐다. 벤처업계는 “기약 없는 희망 고문이 계속되고 있다”며 조속한 시일 내 법무부가 결론내려 줄 것을 요구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전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징계위원회를 열고 로톡을 이용하다 변협으로부터 징계받은 변호사 123명이 낸 이의신청 사건을 심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추가 심의하기로 했다.
법무부의 이 같은 결정에 벤처업계와 로톡은 아쉬움을 드러내면서 법무부가 이른 시일 내에 결정을 내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톡 운영사인 로앤컴퍼니는 “심의 일정이 길어진 것에 대해서는 아쉬운 마음이 크나, 충분한 소명 기회를 받은 것에 만족한다”며 “로앤컴퍼니는 다음 기일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이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정의와 법치에 기반한 합리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벤처기업협회는 “심의가 결론 없이 속행돼 아쉬움이 큰 것이 사실”이라며 “말이 속행이지 징계위원 소집일정 등을 고려하면 차기 위원회가 언제 잡힐지 기약도 없이 기다려야 하는 희망 고문에 또 놓이게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징계를 받은 변호사들이 법무부에 이의신청한 뒤 징계위원회까지 7개월이나 걸렸고, 그 사이 리걸테크 시장은 우리나라만 제자리걸음만 하고 해당 기업은 혁신의 싹이 자라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법무부가 더 이상의 갈등을 막고 국민의 편익과 미래 리걸테크 등 혁신산업을 키우는 올바른 결정을 빠른 시일 내 내려달라”고 당부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도 입장문을 통해 “아무리 징계 결정 기한에 강제성이 없더라도 법상 변협의 관리감독 기관인 법무부가 계속해서 결정을 미루기만 한다면 직무유기나 다름없다”며 “스타트업이 행정쟁송이 아닌 혁신에 매진해 세계 속에서 당당히 경쟁할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결단을 내려주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전날 심의에는 정재기·이태한 변협 부협회장, 징계 대상 변호사들의 특별변호인인 강남일(사법연수원 23기) 변호사와 이정석(22기) 법무법인 율우 대표변호사,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의 엄보운 이사가 참석했다.
변협은 앞서 2021년 5월 로톡 등 법률서비스 플랫폼 이용을 막기 위해 플랫폼에 가입한 변호사들을 징계하는 내용으로 협회 광고 규정을 개정했다. 이어 작년 10월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 9명에 대해 회칙 위반을 이유로 징계를 내리는 등 올해 2월까지 123명을 징계했다. 징계 수준은 가장 낮은 견책부터 과태료 1500만 원까지 분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징계를 받은 변호사는 징계 결정이 부당하다며 법무부 징계위에 이의신청했고 법무부 징계위는 지난달 내부 심의를 마치고 이날 신청인 측 의견을 직접 들었다.
심의에서 로톡 측은 “로톡은 위법하지 않다고 정부기관이 확인했고, 로톡에 가입하고 스스로를 광고해 소비자와 법률상담을 하고 사건을 수임한 신청인들의 행위 역시 변호사법 및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2014년 서비스를 출시한 이래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수차례 고발된 사건에서 로톡이 예외 없이 무혐의 판단을 받았다고도 강조했다.
반면 변협 측은 “건전한 수임 질서를 해치고 공공성 확립을 위해서 만든 광고 규정을 위반한 변호사들에 대해 징계한 것”이라고 반론했다. 또 변호사법 위반 혐의 등으로 형사 고발된 로톡에 검찰이 잇따라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에 대해선 “형사처벌은 굉장히 엄격하게 판단해야 해 징계와는 기준과 요건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로톡과 변협 간 주장이 팽팽히 맞서자 법무부는 추가 심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논의가 마무리되지 못해 근시일 내에 위원회를 속행해 계속 심의할 예정”이라며 “사안의 중대성, 사회적 관심 등을 고려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심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