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규모 통화량 확대, 재정적자 확대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향후 1~2년내 인플레이션이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왔다.
LG경제연구원는 17일 '국내인플레이션 압력 단저(短低)장고(長高)'라는 보고서에서 이같이 진단했다.
최근 금융위기 해소를 위한 통화공급 확대가 인플레이션 우려를 낳고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통화량보다 총수요 압력이 인플레이션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친다며 당분간 인플레이션이 확산될 우려는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같은 판단의 배경에는 우선 본원통화의 공급이 타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고 이 본원통화의 공급이 시중의 통화량 증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 기인한다.
또 장기적으로 통화의 유통속도가 안정적일 것이라는 화폐수량설의 가정과 달리 경기침체기에는 유통 속도가 일시적으로 크게 낮아지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통화 증가율과 인플레이션 관계가 크게 약화된 점도 무시못할 학습 효과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실제 외환위기 이후 한국은행은 인플레이션 목표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통화량보다는 단기금리를 주요 수단으로 삼았고 늘어난 통화는 실질 거래에 이용되기 보다는 금융-자산시장의 거래로 연결됐다"고 분석했다.
강 연구원은 "2000년대 들어 물가상승에 통화적 요인보다 국제유가, 변동환율제 동입 등 비용측 요인이 증가한 점 등도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의 높은 소비자물가 증가율은 환율 요인이 크다며 환율 상승 요인은 지난 4분기 이후 소비자물가를 2%포인트 상승시킨 것으로 추정됐다.
강 연구원은 "향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점진적으로 상승한다고 할지라도 당분간 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수준은 아니다"며 "선진국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당분간 국내 GDP는 잠재 GDP를 계속 하회하기 될 것으로 예상, 이는 수요가 경제의 공급 능력에 미치는 상황이 지속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으로의 연결 가능성은 향후 중앙은행의 통화흡수능력에 달렸다"며 "중장기적으로 위기가 해소되고 경기가 정상궤도에 진입한 이후에나 현재 늘어난 통화증가가 물가상승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관측했다.
그는 "경기회복 시점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통화환수에 있어 가장 전제되는 조건"이라며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재정적자 역시 경제에 부작용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조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따라서 그는 "향후 경기 상황에 대한 보다 엄밀한 모니터링과 이를 통한 회복시점 등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요구된다"며 "최근의 통화확장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서도 환수수단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를 통해 통화흡수 능력을 상시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