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돌 전 아기 ‘불면 날아갈까…’

입력 2023-09-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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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까지 진료 본 차트 다 가져가려고 왔어요.” 화장기 하나 없는 파리한 얼굴의 엄마가 아기도 없이 혼자 병원에 왔다. 차트상 아기는 3개월이 갓 지났고, 우리 병원에서 출생하여 접종까지 겨우 서너 번 온 것이 전부였다. 차트에 별 내용도 없기에 무슨 일일까 궁금했다.

“혹시 어떤 이유 때문인지 여쭤봐도 되나요?” “아기가 1주일 전에 갑자기 자다가 사망했어요. 보험회사에서 진료기록을 다 가져오라고 하네요.” 엄마의 목소리는 물기 하나 없이 건조했지만, 그 내용은 너무나도 절망적이었다. 이럴 때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할지 배웠던 것도 같은데, 내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혹시나 입 밖으로 새나올까 입을 꾹 닫고 숨을 골랐다. 간신히 입을 열어 “많이 힘드시겠어요” 하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대학병원에서 일할 때, 1년에 한두 번씩 갑작스레 사망한 아기들이 응급실로 오곤 했다. 그 때 들은 부모의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울음소리는 도무지 잊혀지지가 않는다.

돌 전 아기가 자다가 갑자기 사망하는 경우를 영아돌연사증후군이라고 한다. 정확한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기에 위험요인들을 피하는 것만이 유일한 예방법이다. 아기를 엎어 재우거나 푹신한 침구를 사용하는 것, 부모와 같은 침대에서 자는 것, 부모의 흡연 등이 영아돌연사증후군의 위험 인자로 알려져 있다.

영유아 검진에서 열심히 아기 침대 위에는 베개조차 없어야 한다고 설명하지만 적지 않은 수의 부모들은 웃으며 “첫째도 이렇게 키웠는데 괜찮았어요” 하고 쉽게 넘긴다.

인터넷에 가득한 ‘육아 꿀템’이라는 아기를 쉽게 재워준다는 베개들, 푹신한 침구들을 보면 가슴이 답답해온다. 아흔아홉 명이 아무 문제 없이 사용했다 한들 한 명에게 위험하다면 그 누구도 사용해서는 안 되는 물건이다. 이제 막 6개월을 넘긴 내 아이의 침대에는 그 흔한 애착인형이나 이불도 없다. 그런데도 곤히 자고 있는 아이의 숨소리를 한 번씩 확인해야 마음이 놓인다. 세상 모든 아기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잠들고 깨어나기를 기도해본다. 유새빛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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